요즘 영양상태가 좋아 어른처럼 보이는 아이들이 간혹 보인다. 문제는 초등학교 1, 2학년 때부터 가슴이 부풀고 몸에 털이 많아지는 등 2차 성징이 빨리 나타나는 것이다. 바로 성조숙증이다.
국내 연구진이 2차 성징을 가져오는 신경호르몬의 분비 메커니즘을 규명해 성조숙증 치료제 개발의 길을 열었다. 김경진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사진)는 성호르몬을 만드는 신경호르몬 ‘GnRH’를 약 1시간 간격으로 분비시키는 물질이 ‘키스펩틴’이라는 신경조절물질이라고 19일 밝혔다.
포유류의 뇌 시상하부에서 합성되는 GnRH는 성선(性腺)자극호르몬을 만들고, 성호르몬이 나오도록 한다. GnRH는 일반적으로 사춘기를 거쳐 성인이 되면 본격적으로 활동하므로 성조숙증이나 사춘기 지연 등과 관련이 깊은 것으로 알려져 왔다.
이 호르몬은 사춘기 시작은 물론이고 여성의 배란까지 조절한다. 이 때문에 GnRH가 왜 1시간 간격으로 분비되는지를 밝히는 게 중요했지만 지금까지 GnRH 호르몬을 만드는 신경세포 활동을 측정하기 어려워 제대로 밝혀내지 못했다.
김 교수팀은 빛을 받으면 GnRH가 만들어지도록 유전자를 조작한 생쥐를 이용해 키스펩틴이란 신경조절물질이 GnRH 호르몬 주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사춘기가 시작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신경조절물질인 키스펩틴이 GnRH 호르몬이 제대로 활동하도록 자극하고 GnRH 호르몬을 만드는 신경세포도 조절한다는 것이다.
김경진 교수는 “이번 연구는 규칙적인 주기를 가지는 신경호르몬의 분비 원리를 밝혔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며 “사춘기 및 성조숙증 같은 신경내분비 관련 질환 치료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18일자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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