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통상개방 정책을 통한 무역으로 경제를 일군 대표적인 나라입니다. 한국의 무역증진 개발경험을 개발도상 회원국들과 적극 공유해 세계 경제의 발전을 이끌겠습니다.”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선거에 출사표를 낸 박태호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61·사진)은 20일 WTO 본부가 있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동아일보와 전화 인터뷰를 하고 “WTO 다자무역 체제에서 가장 많은 혜택을 본 한국이 이제 전 세계 무역발전에 공헌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출마의 변을 밝혔다. 무역분쟁 조정, 반덤핑 규제 등 막강한 권한을 가진 WTO는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과 함께 ‘세계 3대 경제기구’로 꼽힌다.
4일 유럽연합(EU) 본부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선거운동을 시작한 박 본부장은 제네바를 베이스캠프 삼아 각국을 돌며 지지를 요청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12월 통상장관 자격으로 WTO 사무총장 선거에 나설 뜻을 밝혔지만 통상기능을 산업통상자원부로 넘기는 새 정부의 정부조직 개편 때문에 1, 2월에 제대로 된 선거운동을 하지 못했다. 외교부는 최근 전직 대사 4명을 주요 WTO 회원국에 특사로 파견하면서 본격적인 유세 지원에 나섰다. WTO는 4, 5월에 이사회를 열어 지지도가 낮은 후보를 1명씩 탈락시키는 방식으로 선거를 실시해 끝까지 남는 후보 1명을 사무총장으로 선출한다.
박 본부장은 “비록 지금은 1순위 후보가 아니지만 유럽,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한국을 지지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며 “4월 10일까지 열리는 1라운드 투표에 우선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말했다. 총 9명의 후보 중 마리 엘카 팡에스투 인도네시아 관광창조경제부 장관과 에르미니오 블랑코 전 멕시코 통상장관, 호베르투 아제베두 브라질 WTO 대사 등이 유력 후보군을 형성하고 있으며 박 본부장은 그 뒤를 바짝 쫓고 있다. 남들보다 늦게 선거운동에 나선 터라 유럽 현지에서 분(分) 단위로 시간을 쪼개가며 강행군을 펼치고 있다.
한국 정부의 통상기능 재편이 선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안팎에서 나오지만 박 본부장은 오히려 이를 역이용하고 있다. 그는 “통상장관이 없어지는 게 아니라 산업과 자원을 아우르는 더 힘 있는 장관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하면 다들 공감한다”며 “개방적인 통상정책의 기조는 정부가 바뀌어도 흔들림이 없는 만큼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김용 세계은행 총재 등이 현직에 있는 상황에서 WTO 수장까지 한국인이 되는 걸 견제하려는 분위기가 있을 것이란 우려와 관련해 박 본부장은 “WTO 사무총장은 기술적 통상협상을 다루는 특수한 자리”라며 “정치적, 지역적 안배보다 개인의 능력과 비전이 훨씬 중요하다”고 반박했다.
또 그는 “다자 간 자유무역협정인 도하개발어젠다(DDA)의 협상이 12년째 공전하고 있어 WTO가 국제사회에서 잊혀지는 기구가 되고 있다”며 “WTO를 녹색 에너지, 식량안보 등 주요 이슈에서 힘 있는 목소리를 내는 기구로 탈바꿈시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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