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의 여왕’ 바버라 월터스(84)가 마이크를 내려놓는다. 뉴욕데일리뉴스 등 미국 언론은 ABC방송의 낮 시간 토크 쇼인 ‘더 뷰(The View)’를 진행하고 있는 월터스가 내년 5월 은퇴할 계획이라고 28일 보도했다. 52년째 현역으로 활약하며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는 월터스는 미국 대통령과 부인은 물론 세계 각국의 수많은 국가 원수와 톱스타를 최초로 인터뷰한 방송인으로 유명하다.
1929년 미국 보스턴에서 태어난 월터스는 1951년 세라 로렌스 칼리지를 졸업하고 뉴욕으로 건너와 NBC방송의 자회사인 WNBT-TV에 취직했다. 처음 맡은 일은 단순한 보도자료 작성에 불과했지만 1961년부터 NBC방송의 간판 프로그램인 ‘투데이 쇼’의 공동 진행을 맡으면서 명성을 떨치기 시작했다.
월터스는 그 누구보다 많은 ‘사상 최초’ 기록을 보유한 방송인이다. 1974년 미국 최초의 여성 뉴스 앵커가 됐고, 1976년 ABC방송으로 이적하며 남녀 TV 앵커를 통틀어 최초로 연봉 100만 달러(약 11억 원)를 받았다. 특히 그녀는 37대 대통령인 리처드 닉슨부터 45대 대통령 버락 오바마까지 모든 미국 대통령 및 부인과 인터뷰를 한 유일한 인물이다. 이 밖에 피델 카스트로 전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 무함마드 안와르 엘 사다트 전 이집트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보리스 옐친 전 러시아 대통령, 장쩌민(江澤民) 전 중국 국가주석,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 무아마르 카다피 전 리비아 국가원수,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 이스라엘의 첫 여성 총리 골다 메이어,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남편 필립 공,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 등 그녀가 진행한 굵직한 단독 인터뷰는 그녀를 명사 전문 인터뷰어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월터스는 자신에게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긴 인터뷰이로 카스트로를 꼽았다. 1975년부터 2년간 공을 들인 끝에 그녀는 1977년 5월 쿠바의 수도 아바나에서 당시까지 국내외 어떤 언론과도 인터뷰한 적이 없는 카스트로를 만났다. ‘피델 카스트로가 말하다’라는 제목으로 방영된 이 인터뷰는 세계적으로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일에서는 성공 가도를 달렸지만 월터스의 개인사는 불행했다. 세 번 이혼했고 입양한 딸은 마약 문제 등으로 그녀의 속을 썩였다. 2010년에는 심장 판막 수술로 7개월 동안 방송을 쉬어야 했고 올해 1월에는 오바마 대통령 취임 축하 파티에서 낙상 사고로 입원한 뒤 가까스로 토크쇼에 복귀했다.
월터스는 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젊은 감각을 지닌 방송인으로도 유명하다. 지난해 10월 ‘더 뷰’에 가수 싸이를 초청한 월터스는 싸이를 따라 말춤을 선보여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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