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주일 美대사에 ‘대선 일등공신’ 캐럴라인 낙점
맥아더-먼데일 등 거물 부임 전통 이어
‘슈퍼스타급 대사, 일본에 가다.’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딸인 캐럴라인 케네디(55)가 차기 주일 미국대사로 확정됐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일 보도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유력한 주일대사 후보로 거론되던 캐럴라인을 지명하기로 결정했으며 이번 주 내로 공식 발표할 것이라고 WP는 전했다.
캐럴라인은 정치인이나 외교관은 아니지만 케네디 가문을 대표하는 막강한 정치적 영향력을 갖고 있다. 2008년과 2012년 오바마 대선 캠페인에 적극 참가해 지지 연설을 한, 오바마 대선 승리의 일등공신이기도 하다. 특히 2008년 대선에서 오바마 당시 상원의원이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과 치열한 경쟁을 벌일 때 캐럴라인은 뉴욕타임스에 “오바마는 아버지(케네디 전 대통령)의 뒤를 이을 만한 인물”이라고 지지하는 내용의 기고를 했다. 이는 오바마 당선에 결정적인 도움을 줬다. 그가 주일대사로 확정된 것을 두고 미국에서는 대표적인 ‘보은(報恩) 인사’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캐럴라인은 1999년 비행기 사고로 사망한 남동생 존 F 케네디 2세와 함께 끊임없이 정계 진출설에 오르내렸다. 오바마 대통령은 1기 때 그를 바티칸 주재 미국대사로 보내려고 했으나 캐럴라인이 낙태를 지지한다는 이유로 국내 가톨릭계가 반대하자 포기했다. 캐럴라인은 2009년 힐러리 클린턴이 국무장관에 임명되면서 공석이 된 뉴욕 상원의원직에 도전했다가 자질 부족 논란이 불거지자 자진 사퇴했다.
어린이책을 주로 저술하며 정계와는 일정한 거리를 둬온 캐럴라인은 오래전부터 주일대사에 관심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2기 집권 이후 그에게 캐나다대사직을 제의했지만 본인이 고사해 일본대사로 최종 결정했다고 CNN방송은 전했다. 캐럴라인은 케네디 가문 후손 중에선 최초로 대사에 진출한다.
미 언론은 캐럴라인의 대사직 확정으로 ‘슈퍼스타’로 채워지는 주일대사 전통이 이어지게 됐다고 평가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주일대사는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의 조카인 더글러스 맥아더 2세, 월터 먼데일 전 대통령 후보, 톰 폴리 하원의장, 마이크 맨스필드 및 하워드 베이커 상원대표, 백만장자 사업가 로버트 잉거솔 등 미국에서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정·재계 유명인사였다. 존 루스 현 주일대사는 실리콘밸리의 유명 변호사 출신이다.
전문가들은 주일대사로 유명인이 많은 것은 일본의 국제적 위상 하락에도 불구하고 미 정치권에 일본의 외교 네트워크가 탄탄하기 때문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또 일본이 미국의 실무형 커리어 외교관보다 유명 정치인 주일대사를 원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오바마 대통령은 캐럴라인을 먼저 대사 후보로 거론하면서 일본의 반응을 살펴본 뒤 열광적 지지가 확인되자 이를 확정했다고 WP는 전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일본과 중국의 영토분쟁, 북핵 문제 등으로 미일 외교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에 일본어도 거의 못하고 외교적 경험도 없는 캐럴라인의 주일대사 임명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캐럴라인은 의회 인준을 거쳐야 하지만 큰 반대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바로잡습니다]3일자 A27면
◇‘日 “케네디 딸 대사로 온다” 들썩’ 기사에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주일 미국대사는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이 아니라 맥아더 장군의 조카인 더글러스 맥아더 2세이기에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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