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이국땅에서 신장 이식 수술을 받을 수 없게 됐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아프리카 남수단 출신 루디아 코잔 씨(47·여)는 담담한 표정이었다. 병원 관계자는 “오전에 수술이 어렵다는 통보를 받고 다소 시무룩한 표정이었지만 가족들의 위로를 받고 이겨내고 있다”고 말했다.
12일 오전 서울 강동구 길동 강동성심병원에서 만난 코잔 씨는 환자복 차림으로 이 병원 특실에 머물고 있었다. 곁에는 여동생 알루시아 코잔 씨(38)와 남동생 디안 코잔 씨(24)가 함께 있었다.
코잔 씨는 2010년 10월 현지 병원에서 만성 신부전이라 신장 이식이 시급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남동생 디안 씨가 신장을 나눠주겠다고 나섰지만 정작 수술비를 마련할 길이 없어 포기해야 했다. 코잔 씨는 결혼도 하지 않고 허드렛일을 마다 않으며 부모님과 동생들, 조카를 합쳐 18명 대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왔다.
주수단 한국대사관 곽원호 대사는 이 안타까운 사연을 이은덕 아름다운공동체 회장에게 전했다. 이 회장은 한국 내 병원들을 접촉하며 후원을 요청했다. 강동성심병원에서 수술비와 체류비 등 8000만 원을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코잔 씨와 남매는 희망에 부풀어 4일 한국에 입국했다. 조직검사 결과 남동생과 100% 일치한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그러나 12일 강동성심병원의 정밀검사 결과를 전해 들은 코잔 씨는 낙담을 금치 못했다. 2008년 앓았던 풍토병 ‘황열’의 후유증인 간경화와 식도정맥류 증상이 뒤늦게 발견된 탓이다. 코잔 씨가 신장이식 수술을 받으면 수술 중 간경화로 인해 혈액응고 능력이 떨어져 출혈이 심하게 나타날 위험성이 있다는 게 의료진의 설명이었다.
병원 내 미사에 참석한 알루시아 씨는 기도를 하다 한참 동안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삼남매는 “지구 반대편까지 오게 된 데에는 신의 뜻이 있을 것이다”라며 마음을 추슬렀다.
코잔 씨는 “이 먼 곳에 이렇게 좋은 인연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돼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번 주에 고국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한 코잔 씨 삼남매는 의료진에게 일일이 감사의 악수를 건넸다. 아름다운공동체는 그가 귀국한 후 신장투석 비용을 지원하기로 했지만 간경화가 고쳐지지 않는 한 신장 이식 수술은 어렵다. 의료진은 “신장 이식 수술을 받지 못하면 언제 위급한 상황에 맞닥뜨릴지 알 수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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