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4년 12월 광고면이 텅 빈 채 발행된 동아일보를 펼쳐 보이며 설명하던 KBS 대전방송총국 김점석 부장(57·사진)의 목소리는 격앙되기 시작했다. 13일 오후 6시 대전 중구 대전프랑스문화원 분원 2층에서 열린 ‘김점석의 언론자료 소장전’에서다. 그는 ‘백지광고 사태’에 대해 “당시 비판적이던 동아일보에 광고를 주지 말라고 박정희 정권이 기업을 압박해 벌어진 일”이라며 “여기 전시된 동아일보는 당시 직접 구독하다 보관한 소장본이어서 아직도 생생하다”고 말했다.
매일 오전 8시 35분 출근길 충청권 시민을 대상으로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생생뉴스’를 진행하는 김 부장은 언론 자료 수집 마니아다. 동아방송(채널A 전신) 시험에 합격했지만 신군부 언론통폐합으로 입사가 취소돼 KBS에 입사한 그는 ‘언론이란 무엇인가’를 화두로 삼아 자료를 모으기 시작했다. 30여 년 동안 전국의 고서점과 고가구상을 샅샅이 뒤져 신문과 방송 자료 1만여 점을 모았다. 이 가운데 300여 점의 신문 관련 자료를 추려 소장전을 열고 있다.
‘기자, 너 무엇을 남겼나’라는 주제로 23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회는 한국 현대사를 ‘분단’과 ‘전쟁’, ‘독재’ 등 3가지 범주로 나눠 언론사를 가를 만한 사건과 관련 자료를 선보이고 있다.
시간만 나면 고서점 등을 뒤진 결과 그는 1930년 발행된 국내 최초의 언론전문지 ‘鐵筆(철필)’ 창간호를 찾아내기도 했다. 4개 신문사 사회부장을 거친 경력 때문에 ‘영원한 사회부장’이라는 애칭이 붙은 고 오소백 씨의 취재기인 ‘올챙이기자 방랑기’를 비롯한 다양한 희귀 자료를 손에 넣었다. 6·25전쟁 당시 사회상을 그려낸 영남일보 이목우 기자의 ‘시대풍’이라는 책은 ‘희귀본이라 절대 내놓을 수 없다’는 70대 고서점 주인을 5년여간 설득해 얻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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