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거슨 감독 “아내 위해 은퇴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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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5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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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년간 맨유 이끈 명장 ‘애처가’로 유명… 아내 한마디에 벽장 가득 트로피 치워
“처제 죽음으로 상심한 아내 곁 지킬것”

47년간 알렉스 퍼거슨 감독(오른쪽)을 내조해온 아내 캐시 퍼거슨 씨. 퍼거슨 감독은 아내를 “내 성공의 핵심인물(key figure)”이라고 칭송했다. 사진 출처 데일리메일
47년간 알렉스 퍼거슨 감독(오른쪽)을 내조해온 아내 캐시 퍼거슨 씨. 퍼거슨 감독은 아내를 “내 성공의 핵심인물(key figure)”이라고 칭송했다. 사진 출처 데일리메일
잉글랜드 프로축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27년간 이끌며 프리미어리그(13회), 챔피언스 리그(2회)를 포함해 총 38회 우승의 금자탑을 쌓은 알렉스 퍼거슨 감독(72). 그러나 그의 집에서는 수년 전부터 화려한 트로피나 메달을 찾아볼 수 없다.

그의 아내 캐시 퍼거슨 씨(74)가 집 안 벽을 가득 장식한 트로피에 답답함을 느껴 “당장 치울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퍼거슨 감독은 선수들에게 늘 카리스마 넘치는 맹장(猛將)이었지만 아내의 요구에 따라 트로피를 창고 속으로 치웠다고 영국의 데일리메일이 전했다.

퍼거슨 감독은 경기 중 하프타임 때마다 실수한 선수들에게 호통을 치는 입김이 불처럼 뜨겁다고 해서 ‘헤어드라이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이 같은 ‘헤어드라이어’ 입김을 퍼거슨 감독에게 내뿜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부인 캐시 씨이다.

퍼거슨 감독은 13일 기자회견에서 은퇴를 결심한 진짜 이유도 “아내 때문이었다”고 고백했다. 지난해 말 가장 친하게 지냈던 여동생의 죽음으로 상심한 아내와 앞으로 좀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기 위해 은퇴를 결심했다는 것이다. 그는 “아내는 내 삶의 안정감의 토대이자 용기를 북돋워주는 원천이었다”고 말했다.

그의 부인은 1986년 맨유 감독 취임 이후 휴일도 없이 축구에만 집착해 온 남편이 집 안에서까지 ‘축구 이야기’ 하는 것을 끔찍이 싫어했다. 퍼거슨 감독이 “오늘 경기에 져서 속상하다”라고 말하면 “우리 집 세탁기가 고장 났네요. 알렉스”라고 대답했다. 퍼거슨 감독이 집에서 축구 관련 책을 보려고 하면 “지금 뭘 보느냐?”는 아내의 핀잔을 들어야 했다.

캐시 씨는 집 안에서 트로피를 모두 치운 이유에 대해 “남자가 자신이 이룬 성공을 자꾸 보면 스스로 위대하다고 착각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데일리메일은 “퍼거슨 감독이 항상 과거의 영광보다는 미래의 성취에 더 관심이 높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해석하기도 했다.

캐시 씨는 1966년 영국 글래스고의 레밍턴 타자기 회사에서 일하던 중 퍼거슨 감독을 만나 결혼했다. 그녀는 47년간 남편의 성공을 지켜보면서도 글래스고 특유의 소박한 노동자 계급 가정의 분위기를 유지해왔다. 1999년 남편의 기사작위 수여를 알리는 전화를 받았을 때 그녀는 “그동안 받은 명예와 보상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시나요?”라며 과분해했다.

퍼거슨 감독이 13일 스완지시티와의 프리미어리그 홈 고별경기를 마친 뒤 그라운드에서 손자 손녀들에게 둘러싸인 채 사진 촬영을 할 때도 그의 아내는 관중석에 앉아 있었다. 캐시 씨는 평생 공개적인 장소에 모습을 거의 드러내지 않았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알렉스 퍼거슨#캐시 퍼거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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