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제국 공사관, 워싱턴 북촌 명소로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21일 03시 00분


로건서클 역사지구보존회 “한미외교 상징”… 탐방코스로 지정
美에 한국 근현대사 알릴 좋은 기회
안내책자에 “1891년 조선왕조서 매입… 한일강제병합 뒤 일본이 강탈” 소개

대한제국 외교의 상징이었던 건물이 미국의 수도에서 소중한 역사의 현장으로 소개된다.

지난해 102년 만에 되찾은 옛 주미대한민국공사관은 시대적 역경을 딛고 대한제국이 자주외교를 일구었던 상징성이 담긴 곳. 그 공사관이 ‘워싱턴의 북촌’ 로건서클 역사지구의 핵심 랜드마크로 대접받으며 한국 근현대사를 소개하는 명소로 발돋움한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사장 안휘준)에 따르면 현지 로건서클보존회는 이달 초 “한미 외교사의 상징인 공사관 건물을 로건서클 역사탐방 프로그램에 대표적 관람 코스로 소개하고 7월 열릴 예정인 지역 페스티벌에서 오픈하우스 행사를 하고 싶다”고 요청해 왔다. 특히 로건서클보존회를 이끄는 팀 크리스텐슨 회장은 공사관 홍보 차원에서 올해 축제에 한국 전통공연을 유치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뜻을 재단 측에 전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 북서쪽에 있는 로건서클은 서울의 북촌 한옥마을처럼 오랜 전통가옥들이 밀집한 지역이다. 19세기 초 빅토리아풍 건축물이 즐비하고, 교육자이자 인권운동가로 존경받는 메리 맥러드 베순(1875∼1955)의 고향으로도 유명하다. 1930년 시 의회가 그 가치를 인정해 역사지구로 지정했다.

로건서클보존회는 자체 제작한 안내책자 ‘로건서클 역사탐방 루트’에서 꼭 들러야 할 역사적 명소 15곳에 공사관 건물을 포함시켰다. 책자에는 1903년 공사관으로 사용하던 시절 대형 태극기가 걸린 내부 사진을 실었다. 설명문에는 “1891년 조선왕조(Joseon Dynasty)가 첫 번째 주미 공사관으로 매입한 건물(최초 개설 시기는 3년 앞선 1889년으로 확인됨)”이라며 “1910년 한일 강제병합 뒤 일본 정부가 억지로 소유권을 빼앗았다”고 적혀 있다. 조미수호통상조약 체결 130주년이 되던 2012년 대한민국 정부가 다시 사들여 관리하고 있다는 설명도 들어 있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보존회 측의 요청에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로건서클은 해마다 찾아오는 관광객도 상당하지만, 워싱턴과 인근 초중고교 학생들도 현장학습을 위해 즐겨 찾는 곳이다. 미국 10대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공사관에 들러 한국의 근현대사를 배우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다음 달 보존회와 상의해 공사관 앞에 대형 안내판도 설치할 예정이다. 다만 오픈하우스는 건물 보존이 최우선인 만큼 신중하게 검토할 방침이다.

이성원 재단 사무총장은 “현지 주민들이 창립한 로건서클보존회는 정부가 지역 운영 방안을 먼저 협의해 올 정도로 영향력이 크다”며 “그런 단체가 먼저 옛 공사관을 중요 역사현장으로 대접하겠다고 제안한 것으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설명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대한제국 공사관#워싱턴 북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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