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장품과 한불화장품 창업주인 임광정 회장(사진)이 26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4세.
1919년 개성에서 출생한 고인은 1936년 개성공립상업학교를 졸업한 뒤 고향에서 직조와 인삼업 등으로 사업을 시작한 ‘개성상인(송상)’이다. 6·25전쟁 때 월남해 1961년 ‘화장품을 통한 삶의 질 향상’이라는 모토로 한국화장품을 창업했다. 2003년 작고한 아모레퍼시픽 서성환 회장과 함께 국내 화장품 산업을 이끈 1세대 경영인으로 꼽힌다.
고인은 ‘쥬단학’ ‘단학포마드’ 등의 브랜드를 잇달아 출시해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1990년대 ‘템테이션’ 출시 때 국내 화장품 광고로는 처음으로 스포츠 스타인 현정화 씨를 기용해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1989년 한불화장품을 창업한 뒤 틈새시장을 겨냥한 화장품 출시와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2006년에는 ‘잇츠 스킨’으로 브랜드숍 화장품 시장에 진출하는 등 시대 흐름을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2003년부터 한불화장품 회장을 맡았다.
이북 출신으로 고향을 떠나 맨손으로 기업을 일군 고인은 냉난방을 거의 하지 않고 일할 정도로 근검절약을 실천한 것으로 유명하다. “부지런은 반복(半福)이다”라고 강조하며 노환으로 활동이 어려워졌을 때도 경영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았다.
개성공립상업학교 시절 야구선수로 활약했던 고인은 스포츠 발전에도 기여했다. 1974년 실업야구단에 이어 1975년 여자농구단, 1987년 여자탁구단을 창단했다. 스포츠를 통한 남북 교류에도 힘써 1991년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현정화 선수가 출전한 남북 단일팀이 우승하기까지 물심양면으로 후원을 아끼지 않았다. 대한야구협회 회장, 아시아야구연맹 회장, 대한올림픽위원회 감사 등을 지냈다.
유족으로는 부인 최상화 씨와 아들 충헌 한국화장품 회장, 현철 한불화장품 부회장, 병철 한불화장품 사장, 성철 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발인은 29일 오전 8시. 02-2072-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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