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내 성폭행’ 사건으로 전역의사 밝힌 박남수 육사 교장
軍 안팎서 “무인다운 처신” 평가
“육군사관학교의 최고 지휘관으로서 도의적 책임을 지기 위해 용단을 내린 것뿐입니다. 스스로 내린 결정에 대해 외부에 대고 이렇다 저렇다 말하는 것 자체가 적절한 처신이 아니라고 봅니다.”
최근 교내 성폭행 사건의 책임을 지고 스스로 전역 의사를 밝힌 박남수 육군사관학교 교장(58·중장·사진)은 2일 동아일보의 전화를 받고는 인터뷰 요청을 완곡하게 거절했다. 박 교장은 “40년간 초심(初心)의 자세로 군인의 길을 걸어오면서 옳다고 생각하는 대로 행동했고, 이번에도 마찬가지”라며 “언론에 날 만한 사안이 아니다”고 기자의 계속되는 질문을 피했다. 그는 “더이상 할 말이 없으니 양해해 달라”며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다시 전화를 걸었지만 그의 휴대전화 전원은 꺼져 있었다.
고급 장교를 양성하는 군 최고 교육기관인 육사에서 벌어진 ‘대낮 성폭행’ 사건은 군 안팎에 큰 충격을 줬다, 군 당국은 구체적인 사건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육사를 대상으로 특별감찰을 진행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박 교장은 지난달 30일 상부에 자진 전역 의사를 전격 표명했다. 이후 박 교장은 주위와의 연락을 거의 끊고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군 안팎에선 박 교장의 결정에 대해 대체로 무인(武人)다운 처신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대부분의 군 관계자는 이번 사건의 조사가 마무리되면 생도대장(준장)을 비롯해 생도 대대장과 훈육관, 지도교수 등 일선 지휘관들에 대한 징계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박 교장도 지휘 책임을 물어 상부로부터 경고를 받거나 최악의 경우 보직 해임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박 교장은 30일 낮 충남 계룡대의 조정환 육군참모총장(대장)을 직접 찾아가 아예 옷을 벗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군 관계자는 전했다. 전역이란 최고의 형벌을 스스로에게 내리겠다는 뜻을 전한 것이다. 박 교장은 조 총장에게 “이번 사건으로 육사뿐 아니라 군 전체가 위기 상황에 직면했는데 누군가 떳떳이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그나마 실추된 육사의 명예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라고 말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박 교장은 자신의 인사 문제에 대한 부담을 덜고 군 수뇌부가 이번 사태를 원칙대로 처리해 달라는 뜻도 함께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관계자는 “조 총장은 박 장군의 결단에 크게 당황하며 만류했지만 박 장군이 뜻을 굽히지 않자 ‘힘든 결정을 내렸다’며 격려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박 교장은 전역 결정을 만류하는 지인들에게도 “요즘 우리 사회에서 가장 부족한 덕목이 개인이든, 조직의 리더이든 깨끗이 책임지는 자세다. 서로 책임을 미루는 듯한 모습이 외부에 비친다면 누가 군을 신뢰하겠는가”라며 의지를 거듭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육사 35기인 박 교장은 합참 작전기획부장과 육군 수도방위사령관을 거쳐 지난해 11월 제50대 육사 교장으로 취임했다. 지난해 3월 서울 핵안보정상회의 당시 수도방위사령관으로 육상경호경비사령부를 지휘하며 빈틈없는 대테러작전 및 경호작전을 수행해 성공적 회의 개최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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