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신진선 목사(왼쪽)에 이어 신장 기증을 결심한 김영옥 씨가 지난달 28일 서울 송파구 풍납동 서울아산병원에서 수술을 하루 앞두고 활짝 웃고 있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
‘한마디 상의도 없이 신장(콩팥)을 기증한다고 가족이 서운해 하지는 않을까?’
지난해 5월 기증 서약서에 서명한 뒤 신진선 목사(51)의 마음에 작은 걱정이 생겼었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와 장기 기증 캠페인을 진행하기로 약속한 뒤 기증 서약자 명단에 맨 먼저 자신의 이름을 적었지만 가족에게 알리지 않은 터라 뒤늦게 걱정이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2주 뒤 자신이 담임을 맡은 경기 의정부시 금오동 계성교회 신도들로부터 장기 기증 서약자 명단을 받은 신 목사는 웃음보를 터뜨렸다. 부인 김영옥 씨(49)와 세 자녀가 신 목사에게 말도 하지 않고 장기 기증을 서약한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신 목사 부부는 “그제야 서로 서약 사실을 알고 당황스러우면서도 뿌듯했다”고 말했다.
신 목사는 올 2월 실제로 신장을 기증했다. 이어 부인 김 씨도 지난달 29일 신장 기증자 대열에 동참했다. 수술 하루 전일 서울 송파구 풍납동 서울아산병원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난 김 씨는 “걱정보다 설레는 마음이 크다”며 여유로운 표정을 지었다. 신 목사는 부인의 손을 꽉 잡고 “내가 수술 받을 때보다 떨린다”며 긴장했다. 부부가 함께 신장 기증 수술을 받은 것은 국내에서 열일곱 번째다.
신 목사 부부는 어려웠던 젊은 시절 이웃들로부터 도움을 받았던 기억을 떠올리며 평생 나눔을 실천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신 목사 부부가 2000년 계성교회를 세웠을 땐 3년간 한 번도 쌀을 사지 못할 정도로 형편이 어려웠다. 부부가 교회를 일으킬 수 있었던 것은 신 목사를 딱하게 여기고 교회 마당에 몰래 쌀과 라면을 가져다 두는 이웃들의 도움 덕이었다. 그러던 중 만성신부전증을 앓는 주변 환자들과 2008년 뇌사 판정을 받은 뒤 신장과 심장 등 장기를 기증하고 세상을 떠난 프로복서 고(故) 최요삼 씨(당시 34세)의 사연이 결정적인 계기가 돼 장기 기증을 결심했다.
김 씨는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2일 현재 병원에 입원해 회복 중이다. 김 씨는 “내겐 2개 중 하나일 뿐인 신장이 누군가에게는 혈액 투석 치료의 고통을 끝내고 가정을 다시 일으킬 수 있는 힘이 된다는 사실에 마음이 뿌듯하다”고 했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에 따르면 신장 이식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둔 환자는 2만7000명이 넘는다. 하지만 운동본부를 통해 신장을 기증받는 환자는 연평균 40여 명밖에 되지 않는다. 신 목사는 “2월에 수술을 받은 뒤 한 달 만에 테니스를 다시 시작했다”며 “장기 이식 수술 뒤에도 건강에 별문제가 없다는 점을 감안해 많은 사람이 기증을 결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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