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 추적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4일 03시 00분


美 오클라호마 덮친 시속 265km 토네이도에 기상학자 父子 등 3명 사망
지난 주말 용오름 관측하다 참변
유족들 “그들은 좋아하는 일 하고갔다”

팀 사마라스 씨가 토네이도 앞에 서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디스커버리의 화면. 사진 출처 데일리메일
팀 사마라스 씨가 토네이도 앞에 서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디스커버리의 화면. 사진 출처 데일리메일
지구상 최악의 기상 상황 중 하나인 토네이도(용오름)를 쫓던 기상학자들이 최근 미국 오클라호마 주를 휩쓴 토네이도에 휩쓸려 사망했다.

토네이도 추적대로 잘 알려진 팀 사마라스 씨(55)와 그의 아들 폴 씨(24), 팀의 파트너인 기상학자 칼 영 씨(45)가 지난달 31일 오후 오클라호마시티를 강타한 토네이도 사망자 11명에 포함돼 있다고 AP통신과 ABC방송 등이 2일 보도했다.

기상학자이자 엔지니어인 사마라스 씨는 탐사전문 다큐멘터리 채널인 디스커버리의 ‘스톰 체이서(폭풍 추적대)’ 프로그램 출연자로 대중에게 잘 알려진 인물. 그는 약 30년 동안 토네이도를 추적하며 쉽게 구하기 힘든 토네이도 내부의 풍속과 기압 등 기상 상태를 측정해 토네이도 내부의 기상현상을 규명하는 데 많은 공헌을 했다. 그는 토네이도 추적팀인 ‘트위스텍스(TWISTEX)’를 구성해 토네이도 추적과 정보수집 활동을 해왔다. 순간 최대 풍속이 시속 수백 km인 토네이도의 내부를 관측하기 위한 특수 기구와 비디오카메라를 제작하기도 했다.

이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토네이도는 최대 풍속 시속 265km로 퇴근길 오클라호마시티를 덮쳤다. 트위스터의 6개 등급(0∼5 EF) 가운데 세 번째로 강력한 EF3등급(시속 219∼266km)에 해당한다.

사마라스 씨는 토네이도 관측을 위해 특별히 제작된 차량 안에서 안전벨트를 맨 채 발견됐다. 나머지 2명은 모두 차량 바깥으로 튕겨져 나왔으며 이 중 1명은 약 800m 떨어진 곳에서 발견될 정도였다.

일반인은 토네이도를 발견하면 그 진행 방향과 직각인 방향으로 도망치지만 이들은 토네이도 내부 관측을 하기 위해 예상 진로를 따라가 관측기구를 설치하거나 특수 제작 차량 내부에서 토네이도와 맞서기도 한다.

사마라스 씨와 영 씨는 2003년 이후 125개의 토네이도를 함께 추적해 왔다. 2003년 6월 24일에는 사우스다코타 주 맨체스터 시에서 내부 중심기압이 주변보다 100hPa(헥토파스칼)이나 낮은 토네이도를 관측하기도 했다. 이는 주변 기압과 가장 차이가 많이 나는 토네이도 관측 기록이다.

미국 할리우드에서 일했던 영 씨는 토네이도 현상에 매료된 뒤 네바다대에서 기상학 석사학위를 받고, 기상학회에서 만난 사마라스 씨와 함께 토네이도를 추적했다.

사마라스 씨는 평소 토네이도에 대해 “나는 폭풍을 추적하는 것이 아니다. 어머니인 자연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것을 창조하는 과정을 목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족은 페이스북에 올린 성명에서 “불행히도 세상을 떠났지만 그들은 좋아하는 일을 하고 떠났다”고 밝혔다.

거대한 폭풍 구름과 함께 나타나는 깔때기 모양의 회오리바람인 토네이도는 강력한 바람으로 자동차나 집은 물론이고 나무를 뿌리째 뽑는 위력을 보이곤 한다. 1931년 미국 미네소타 주에서 발생한 토네이도는 117명을 태운 83t의 객차를 감아올리기도 했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토네이도#사마라스#스톰 체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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