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료 출신이 왜 금융사 수장으로 가느냐는 지적이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금융계 전체로 보면 (관료 출신만 아니라) 여러 분야에서 뽑힌 분들이 조화롭게 섞여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NH농협금융지주 차기 회장으로 내정된 임종룡 전 국무총리실장(54·사진)은 최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자택 인근에서 가진 동아일보와 인터뷰에서 ‘모피아’로 불리는 옛 재무부 관료들이 잇따라 주요 금융기관 수장자리에 오르고 있는 것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임 내정자는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에서 전문성 등을 고려해서 선정했을 것”이라며 “(옛 재무부 출신 중 금융지주사 회장으로 간 사람은) 결국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 내정자와 나 둘뿐인데 일방적으로 (모피아라고) 몰아갈 일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금융지주 회장 중에는 학계에서 온 분이나, 업계 내부에서 올라간 분도 있는 만큼 과거처럼 천편일률적으로 짜여 있지는 않다”며 다소 억울한 심경도 내비쳤다.
임 내정자는 “자세한 진행상황은 잘 모르겠지만 회추위에서 얼마 전 연락이 와서는 회장 직을 맡아줄 수 있겠느냐고 물어왔다”고 진행과정을 설명했다. 갑작스러운 내정이라는 평가에 대해서도 “나도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하마평에 오르내리지 않았더라”며 “안팎의 기대를 충족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언급했다.
임 내정자는 “NH농협금융에 어려운 점이 몇 가지 있는 것 같다”며 “지주사가 출범한 지 1년이 지났는데도 지배구조가 불안하고 지주사의 역할도 명확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그는 “지주사가 나아갈 방향을 잡는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잇따른 전산사고에 대해서도 “농협의 시스템이 정말로 괜찮으냐는 안팎의 걱정이 많다”며 “금융은 신뢰를 먹고 사는 산업인 만큼, 하루빨리 신뢰를 회복하는 게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농협중앙회와 불거진 갈등에 대해서는 “지분의 100%를 중앙회가 가진 지배구조의 특수성을 고려해 조화롭게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NH농협금융 내 인사 방향과 관련해서는 “아직까지 파악한 게 전혀 없고, 업무 파악이 우선”이라며 말을 아꼈다.
행정고시 24회로 공직에 입문한 임 내정자는 금융과 거시 경제정책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관료 출신이다. 재정경제부 경제정책국장,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기획재정부 제1차관 등 요직을 두루 거치며 승승장구했다. 이명박 정부 마지막 국무총리실장으로 3월 공직에서 물러났지만, 선후배의 신망이 두텁고 실력이 뛰어나 “조만간 어디서든 중책을 맡을 것”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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