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빗물 박사’ 한무영 서울대 교수
“서울대 220개 모든 건물 녹지로 바꾸면 에너지 먹는 하마란 오명 벗을 수 있어”
한무영 서울대 교수가 5일 오후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서울대 35동 옥상에서 옥상녹지가 가져온 에너지 절감 효과를 설명하고 있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그는 늘 시간이 아깝다고 말한다. 그래서인지 걸음도, 말도 일반인보다 훨씬 빠르다. 그가 세상을 빨리 사는 이유는 지극히 간단하다. “할 일이 많아서”란다. 그는 최근 세상의 골칫거리를 해결할 또 하나의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도심 빌딩의 옥상을 녹지로 바꿔 전력난을 막아 보자는 것이다. 2000년부터 빗물 에너지의 중요성을 전파하고 있는 ‘빗물 박사’ 한무영 서울대 교수(57·건설환경공학)의 이야기다.
5일 오후 서울 관악구 신림동 서울대 35동 옥상에서 만난 한 교수는 “옥상녹화 사업은 에너지 문제 해결의 중요한 대안”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이 건물의 옥상 2016m² 중 840m²를 녹지로 바꿨다. 요즘처럼 더운 날씨에 이 건물 옥상의 콘크리트 바닥 온도는 50도까지 올라간다. 그러나 꽃밭 위 온도는 24, 25도 수준에 머문다. 이 차이는 건물 내 냉방에너지 절감 효과로 이어진다. 한 교수는 35동 옥상을 녹지로 바꾼 덕분에 여름철에 이 건물을 냉방하는 비용이 월 21만 원 정도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다. 그는 “서울대의 220개 건물 옥상을 모두 녹지로 바꾸기만 해도 서울대는 ‘에너지 먹는 하마’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옥상녹지를 만들면서 바닥에 방수용 우레탄, 아스팔트, 방수용 시트를 차례로 입히고 홈이 많은 배수판을 설치했다. 비가 오면 배수판에 빗물을 저장하고 비가 오지 않을 때 이 빗물은 마른 흙에 공급된다. 그는 “수돗물도 결국 에너지를 써서 만든다”며 “자연에서 얻은 빗물로 운영할 수 있어야 진정한 의미의 옥상녹화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국내에서 손꼽히는 수(水)처리 전문가였던 한 교수는 2000년 가뭄대책을 연구하다가 근본적인 해결책을 빗물에서 찾기 시작했다. 지난해 1월에는 대표적 ‘물 부족 국가’인 남태평양 솔로몬 제도의 학교와 빈민촌에 ‘빗물 탱크’를 설치했고, 같은 해 6월에는 총 10가구가 사는 전남 신안군 기도의 식수 문제도 해결해 줬다. 한 교수와 신안군은 최근 오스트리아의 에너지글로브재단이 주는 세계적 권위의 환경상인 ‘에너지 글로브 어워드’를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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