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성 ‘얼굴없는 천사’는 71세 축산농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11일 03시 00분


5년째 연말마다 쌀 200포대 기증
곽승영씨 횡성군민대상 수상자 선정

해마다 연말이면 강원 횡성군에 쌀을 기부해온 ‘얼굴 없는 기부천사’의 신원이 확인됐다. 선행의 주인공은 횡성읍에 사는 곽승영 씨(71·사진). 곽 씨는 2008년부터 횡성군 주민생활지원과를 방문해 쌀 20kg짜리 200포대(시가 860만 원 상당)를 기부한 뒤 도망치듯 사라져 그동안 ‘얼굴 없는 천사’로 알려져 왔다.
▶본보 2012년 12월 15일자 A25면 참조… 올해도 이름없이 다녀간 횡성 쌀 기부천사

그러나 곽 씨의 신원은 그가 기부할 쌀을 맡겨온 정미소 고객들을 통해 조금씩 입소문이 났다. 선행 사실을 알게 된 주변 사람들이 그를 횡성군민대상 후보로 추천하면서 신원이 공개됐다. 횡성군은 2013년 횡성군민대상 수상자로 곽 씨를 선정하고 18일 군민의 날 행사에서 시상할 예정이다. 곽 씨는 횡성읍에서 소를 키우는 축산농으로 확인됐다. 서울에서 ‘쌀장사’를 하며 돈을 많이 벌기도 했지만 사업에 실패하고 건강도 나빠지자 1987년 4월 횡성에 내려와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다.

곽 씨가 기부를 시작한 건 10년 전 한 복지시설에 100만 원을 후원하면서부터. 이후 부정기적으로 복지시설에 기부를 하다 2008년부터 쌀 기부를 시작했다. 곽 씨는 “항상 마음으로는 ‘남을 위해 좋은 일을 하자’고 했지만 살다보니 쉽지 않았다. 100원을 벌면 200원을 벌고 싶고, 200원을 벌면 500원이 벌고 싶었다. 이러다간 평생 가도 못할 것 같아 2008년 농사지은 쌀 200포대를 내놓았다”고 말했다.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강원 횡성군#쌀 기부#곽승영#횡성군민대상 수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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