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규 회장 “특허 542개… 고비마다 기술력으로 승부”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28일 03시 00분


■ 와이퍼 블레이드 제조 ADM21 김인규 회장
이익 대부분 R&D 비용으로 재투자
멀티어댑터 개발… 국내외 주문 쏟아져
작년 매출액 717억 - 국내 점유율 50%

자동차 와이퍼 블레이드 전문업체인 ADM21의 김인규 회장이 충남 청양군에 있는 본사 집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ADM21 제공
자동차 와이퍼 블레이드 전문업체인 ADM21의 김인규 회장이 충남 청양군에 있는 본사 집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ADM21 제공
와이퍼 블레이드 전문 제조업체인 ADM21의 김인규 회장(57)은 지난해 8월 프랑스의 한 법무법인으로부터 e메일을 받았다. 글로벌 기업 B사의 소송을 접겠다는 내용이었다. B사는 ADM21이 자사의 특허를 침해했다며 현지 법원에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에서 지자 항소를 포기한 것이다. 2011년 초부터 벌인 힘겨운 싸움이 끝나는 순간이었다. 김 회장은 “사람들은 ‘다윗이 골리앗과 싸워 이긴 격’이라고 했지만 기술에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승소를 확신했다”고 회고했다.

와이퍼 블레이드는 와이퍼 암(arm)에 연결해 차량의 유리 표면을 닦는 제품이다. 5, 6년 전만 해도 독일 보쉬, 프랑스 발레오, 일본 덴소 등이 국내 시장을 점령했다. 분위기는 3, 4년 전부터 차츰 바뀌기 시작했다. 현대모비스와 불스원 등 국내 브랜드들이 수입품을 밀어내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해에는 국산 제품의 점유율이 50%를 넘어섰다. 이 업체들이 국내에 파는 물량의 대부분은 ADM21이 제조자개발생산(ODM) 방식으로 공급하는 것이다.

인천공고를 졸업한 뒤 몇몇 중소기업을 거친 김 회장은 1980년대 말 미덕이라는 회사에서 와이퍼 블레이드를 처음 접했다. 그는 미덕을 인수한 한 자동차부품 업체에서도 와이퍼를 담당했다. 이 회사가 1997년 외환위기 때 부도 위기에 몰리자 당시 와이퍼사업본부장이었던 김 회장은 친지들의 돈을 끌어 모아 와이퍼 블레이드 생산라인을 인수했다.

김 회장은 그때부터 기술력 확보에 힘을 쏟았다. 독일과 일본의 강소(强小)기업들이 승승장구하는 비결이 기술력에 있다고 생각한 그는 이익의 대부분을 연구개발(R&D)에 썼다. 최근 4년간 R&D 비용이 매출액(2479억 원)의 약 30%인 666억 원이나 된다. 그 결과 ADM21은 국내외에서 와이퍼 블레이드 관련 지식재산권 542개를 획득했다. 11종에 이르는 다양한 와이퍼 암 어디에나 블레이드를 연결할 수 있는 멀티 어댑터가 대표적이다. 기술력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주문이 이어졌다. 매출은 2009년 486억 원에서 지난해 717억 원으로 증가했다.

우여곡절도 많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키코(KIKO) 사태로 약 150억 원의 손해를 봤다. 장비를 투자해 위탁생산을 맡겼던 개성공단 입주기업은 공단 폐쇄로 가동을 멈췄다. 글로벌 기업과의 특허분쟁도 그를 괴롭혔다. 많은 자금을 R&D에 쏟다 보니 여유자금이 적어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도 겪었다. 김 회장은 “고비 때마다 기술력을 담보로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최근에도 베트남 공장에 필요한 시설자금을 한국정책금융공사에서 무담보로 지원받았다.

“우수한 기술력과 제품만 있다면 어떤 위기든 뛰어넘을 수 있습니다. 20년 넘게 한우물만 판 저력을 세계에 보여주고 싶습니다.”

박창규 기자 kyu@donga.com
#와이퍼 블레이드#김인규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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