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군 참전용사-후손들 판문점 방문
2년 넘게 北서 포로생활 83세 롤리씨, 석방때 건넌 ‘돌아올수 없는 다리’ 찾아
“Sixty years ago…(60년 전에…).”
말문은 열었지만 말을 잇지 못했다. 노병은 경기 파주시 판문점 내 대한민국과 북한 사이의 군사분계선을 가로지르는 ‘돌아올 수 없는 다리(Bridge of No Return)’ 앞에 서자 60여 년 전의 그날이 생각났는지 눈시울을 붉힌 채 한참 서 있었다. 아든 롤리 예비역 소령(83·미국)은 1950년 12월 북한군에 붙잡혀 2년 8개월 동안 전쟁포로로 있다가 정전협정이 맺어진 직후인 1953년 8월 석방됐다. 당시 그는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 남한으로 귀환했다. 간신히 마음을 진정시킨 롤리 예비역 소령은 “한국으로 돌아오자마자 가장 먼저 찾은 것이 바로 아이스크림이었다”며 “한 통을 혼자 다 먹었다”고 말해 주위의 웃음을 자아냈다.
롤리 예비역 소령을 포함해 국가보훈처 초청으로 방한한 6·25전쟁 유엔군 21개국 참전용사들과 그들의 후손 및 국내 대학생으로 구성된 ‘2013 유엔참전국 청소년 평화캠프’ 단원들은 27일 60년 정전체제의 심장부인 판문점을 찾았다. 이들은 이날 판문점을 비롯해 서부전선 군사분계선 최북단에 자리 잡은 도라전망대, 북한이 뚫어 놓은 남침용 비밀 통로인 제3땅굴을 잇달아 방문했다. 보훈처 관계자는 “남북 분단의 현실을 참전용사들과 그 후손들에게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안보투어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판문점을 처음 방문한 참전용사 후손들은 공동경비구역(JSA) 경비대대 소속 군인들이 북한군과 마주한 채 경계를 서는 모습이 신기한 듯 연신 사진을 찍느라 바빴다. 하지만 인솔자가 판문점이 생긴 연원과 남북 대치 상황에 대해 브리핑을 시작하자 금세 숙연한 자세로 귀를 기울였다. 호주 참전용사의 후손인 머린다 크리스티아나 씨(24·여)는 “말로만 듣다가 군인들이 대치하는 모습을 실제로 보고 나서 깜짝 놀랐다”며 “남북 사이에 적대감이 흐르는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에티오피아 참전용사의 후손인 테칼린 앨런 이욥 씨(30)도 “역사적 전장의 한복판에 서 있는 기분”이라며 “자유를 지키기 위해 싸웠다는 할아버지의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평화캠프 단원인 국내 대학생들은 안보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자리였다고 입을 모았다. 배성국 씨(24)는 “판문점을 둘러보니 일촉즉발의 긴장감을 느낄 수 있었다”며 “한국군과 미군이 함께 최전선을 지키는 모습에서 한미동맹의 소중함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정다혜 씨(21·여)는 “평화캠프에 참여한 외국인 친구들과 한반도 분단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며 “이번 안보투어가 전쟁을 잊지 않는 좋은 계기가 됐다”고 덧붙였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