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동포 기업가 한창우 마루한 회장(82)이 일본 오사카(大阪) 관광 중심지에 100억 엔(약 1140억 원)을 들여 1만4000m² 규모의 ‘한류(韓流) 테마파크’를 조성한다. 일본에 한류 테마파크가 조성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 회장은 9일 도쿄(東京) 본사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마루한 한류 프로젝트’ 추진 계획을 밝히고 “한국과 일본이 ‘물과 기름 사이’가 아니라 ‘물과 물고기 사이’로 지낼 수 있도록 모든 힘을 쏟고 싶다”고 말했다. 한류 붐이 식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기복이 있지만 이미 생활 속에 고착화됐다”고 말했다.
지상 4층 건물의 테마파크는 1층에 한국 슈퍼마켓과 편의점, 2층에 한국 음식점과 패션 코너가 들어선다. 3층에는 케이팝 공연을 위한 1000석 규모의 다목적 홀을 마련하고 4층은 사무 공간으로 쓴다. 연간 목표 방문객 수는 300만 명, 매출 목표는 50억 엔이다. 이 건물은 오사카의 동포 상가 밀집 지역인 쓰루하시(鶴橋)와 함께 이 지역 한류의 랜드마크(상징물)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 회장은 16세이던 1947년 가난을 이기지 못해 쌀 두 되와 일영사전 한 권만 들고 일본행 밀항선에 올랐다. 고학으로 호세이(法政)대 경제학부를 졸업한 후에도 가난과 차별에 시달리던 그는 친척이 운영하던 빠찡꼬 업체 종업원으로 출발해 지난해 종업원 1만3000여 명, 매출 2조1368억 엔의 빠찡꼬 대기업을 일궈냈다. 현재는 골프장 경영 등 레저산업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 아시아판은 올해 한 회장 가족의 재산이 34억 달러(약 3조9100억 원)로 일본 내 8위라고 보도했다.
한 회장은 성공 비결에 대해 “남보다 많이 일하고, 사회봉사하고, 신뢰를 쌓는 것”이라며 “헝그리 정신과 위기감, 긴장감을 잃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급한 일을 먼저 하는 것보다 옳은 일을 먼저 하라”는 초등학교 친구의 조언을 지금도 가슴에 새기고 있다고 말했다.
재일동포들이 빠찡꼬 사업에 많이 진출한 데 대해서는 “일본에서 외상 거래를 안 해주니 현금 장사밖에 할 게 없었다. 어떻게 보면 대표적인 차별 산업이었던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에서는 정부의 철저한 관리 감독하에 건전한 레저산업으로 정착해 있다”며 “색안경을 쓰고 보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한 회장은 1990년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뜬 장남의 이름을 딴 ‘한철 문화재단’을 통해 한일 우호 사업을 지속적으로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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