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나라에 수출, 내가 적임자… 맡겨주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25일 03시 00분


■ 지방 중소기업서 맹활약하는 다문화 여성 요원들

싱그린푸드시스템에 다니고 있는 응우옌티짱 씨.
싱그린푸드시스템에 다니고 있는 응우옌티짱 씨.
전북 익산시에 사는 응우옌티짱 씨(30·여)는 차로 25분 거리인 직장으로 매일 아침 자가용 승용차를 몰고 출근한다. 그가 다니는 곳은 닭고기를 가공해 수출하는 싱그린푸드시스템이라는 중소기업이다. 지난해 10월 이곳에 정규직으로 입사한 그는 모국(母國)인 베트남의 거래처와 연락하는 일을 맡고 있다. 제품 홍보자료 등의 서류를 베트남어로 작성하고 현지 언론에 실린 닭고기 관련 기사를 한국어로 번역해 사장에게 보고한다.

응우옌 씨가 한국으로 시집온 것은 2004년. 두 아들을 낳고 시어머니를 모시며 살다보니 한국문화에 점차 적응하게 됐다. 시간 날 때마다 틈틈이 한국어를 익혔고 2009년에는 운전면허도 땄다. 자신의 일을 갖고 사회생활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점점 커져갔다. 그는 한국무역협회 전북지역본부가 마련한 ‘다문화가족 활용 해외시장 개척 지원사업’ 덕분에 꿈꾸던 취업을 할 수 있게 됐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 거주하는 결혼이민자 및 혼인귀화자는 28만여 명에 이른다. 대부분이 여성으로 23만6000명 정도 된다. 출신 국가는 중국 일본 베트남 우즈베키스탄 캄보디아 등으로 다양하고, 학력은 66.1%가 고등학교 졸업 이상으로 높은 편이다.

무역협회는 다문화가정 여성들이 인력난을 겪고 있는 지방 중소기업의 해외시장 개척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특히 수출업체들은 현지 언어나 문화에 정통해야 하지만 이런 요구를 충족시킬 만한 구직자는 적었기 때문이다.

무역협회는 2011년 전북지역본부에서 처음으로 다문화가정 여성 가운데 지원자를 선별해 다문화요원으로 임명하고 무역 실무와 한국어 등을 가르쳤다.

사업 시행 첫해 10명의 다문화요원은 중소기업 22곳을 돌며 통역, 문서 작성 등을 도왔다. 베트남에 5만 달러(약 5600만 원) 상당의 화장품 수출계약을 성사시킨 이도 있었고, 일본에 4만8000달러(약 5376만 원)어치의 식품을 수출하는 데 기여한 요원도 나왔다. 다문화요원들은 수출업체 관계자들의 해외 출장에 동행하면서 친정에 다녀올 기회도 간혹 잡을 수 있어 만족도가 높았다.

이들은 활동이 끝난 뒤에도 성과를 인정받아 중소기업에 취업하기도 했다. 응우옌 씨가 싱그린푸드시스템에 취업한 것도 이 덕분이다.

EC21에 취업한 돈 라리사 씨.
EC21에 취업한 돈 라리사 씨.
우즈베키스탄 출신으로 2006년 한국에 온 돈 라리사 씨(32·여)는 대학에서 국제경제를 전공한 특기를 살려 무역회사에서 일하고 싶었지만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다 무역협회의 도움으로 3월 해외 바이어와 국내 수출업체들을 연결해주는 중소기업 EC21에 취업할 수 있었다.

이들은 급여는 물론이고 처우도 같은 시기에 입사한 한국인 직원들과 차이가 없다. 응우옌 씨는 “항상 응원해주는 가족, 외국인에게도 일할 기회를 준 회사에 어떻게 고마움을 표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밝게 웃었다.

박창규 기자 kyu@donga.com
#다문화 여성#응우옌티짱#돈 라리사#무역#수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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