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이미소 씨(왼쪽)가 13일 만년설이 쌓인 스위스 융프라우 전망대에서 외국인 관광객과 밝게 웃으며 사진을 찍고 있다. 이 씨는 노랑 저고리와 다홍 치마를 입고 알프스산맥을 따라 나흘 동안 40여 km를 걸으며 한국을 알렸다. 이미소 씨 제공
“와, 기모노 색이 정말 예쁘네요. 같이 사진 찍을래요?” “기모노가 아니라 한복이랍니다.”
13일 스위스 알프스 산맥 융프라우 해발 3454m 지점. 노랑 저고리와 다홍치마를 입고 등에는 검은 여행용 배낭을 짊어진 젊은 한국인 여성이 한 프랑스 여성에게 한복에 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한국의 전통의상이지요. 노랑 저고리와 다홍치마는 결혼하지 않은 여자들이 입는 옷이에요.”
한국 홍보에 나선 ‘알프스 한복 아가씨’는 바로 계명대 광고홍보학과 4학년 이미소 씨(24). 이 씨는 10일부터 18일까지 또래 대학생 19명과 함께 스위스 배낭여행을 떠나 융프라우, 인터라켄, 체어마트 등 알프스 산맥 트레킹(걷기)을 하며 한복을 입고 총 40여 km를 걸었다. 운동화를 신긴 했지만 치마 한쪽을 손에 말아 쥔 채 걸음을 바삐 옮기는 이 씨의 모습은 영락없는 조선시대 여성. 이 씨는 트레킹 내내 외국인 관광객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관광객들은 이 씨에게 너도나도 함께 사진 찍기를 요청했고, 이 씨는 이들에게 한국에 관한 영문 홍보물을 건넸다. 다른 일행들도 세계 각지에서 온 등산객에게 한국에서 가져간 약과와 부채 등을 나눠줬다.
이 씨의 꿈은 광고 카피라이터다. 이 씨는 “여행 전 관광객들에게 한국을 알릴 방법을 고심하다 한복이 눈길을 끌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적중했다”며 웃었다.
이 씨 일행의 배낭여행은 KB국민은행이 대학생들에게 해외에서 배낭여행을 하면서 한국을 알리자는 취지로 여행 경비를 지원하는 ‘락스타 챌린지’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5기째를 맞은 이 프로그램의 경쟁률은 약 1000 대 1에 이를 정도. 생애 첫 해외여행을 스위스로 다녀온 박민호 씨(24·호서대 자동차공학과 3학년)는 “취업 준비와 아르바이트로 바빠 배낭여행 할 시간도, 돈도 없었다”며 “알프스 산맥에서 한국을 홍보하며 여행을 하니 세상을 보는 시야가 넓어졌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 락스타 챌린지 5기 대학생 20명이 16일 스위스 체어마트에서 만년설이 쌓인 산맥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KB국민은행 제공 이 씨 일행은 스위스에서 만난 외국인 100명에게 “‘한국’ 하면 떠오르는 것”에 관해 설문조사를 했다. 대세는 여전히 ‘싸이’(23표)였다. 뒤이어 ‘서울’(14표) ‘박지성’(10명) 순이었다. 반면 ‘한국을 모른다’(20명)거나 ‘특별하게 떠오르는 게 없다’(6명)고 답한 이들도 4명 중 한 명꼴이었다. 최동원 씨(27·한남대 영어교육과 3학년)는 “가수나 스포츠 스타 한 명이 외교관 100명 부럽지 않다는 걸 실감했지만 여전히 외국인들에게 한국은 ‘미지의 나라’인 것 같아 조금 씁쓸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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