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가 난다고 해도 지방 우체국의 공공재적 성격은 포기할 수 없습니다. 그 대신 대도시 우체국을 통폐합하고 우정사업본부의 금융 경쟁력을 강화해 새로운 우정사업의 돌파구를 마련하겠습니다.”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서린동 우정사업본부 사옥에서 만난 김준호 신임 우정사업본부장(53)은 우편사업의 적자에도 불구하고 “우체국은 지방 오지의 소통창구”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15일 우정사업본부장에 취임한 그는 1985년 체신부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해 전북체신청장, 전남체신청장 등을 지낸 현장형 리더다.
김 본부장은 자신의 최우선 과제로 우편 적자를 극복하고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해 미래 우정사업의 정체성을 정립하는 것을 꼽았다. 그는 “그동안 우정사업본부의 핵심 사업은 우편사업이었지만 최근 매년 우편물이 계속 줄고 있어 이를 극복하는 게 큰 과제”라고 말했다. 실제로 우정사업본부의 우편물량은 연 평균 7%대의 감소세를 보이며 지난해에는 46억5000통에 그쳤다. 그나마 대부분이 고지서나 광고우편으로, 개인 사이의 편지는 거의 사라진 상태다. 이 때문에 지난해 우편사업에서 총 707억 원의 적자가 났다.
우편 대신에 택배가 늘어나긴 했지만 이 역시 돈을 버는 사업은 아니다. 김 본부장은 “우체국 택배는 일반 택배회사들이 거부하는 농어촌 지역에도 배달하기 때문에 손해가 크다”고 말했다. 한 예로 전남 홍도의 수산물을 서울까지 배달할 경우 홍도에서 목포까지의 뱃삯이 목포에서 서울까지 운송하는 비용보다 비싸지만 택배비는 그만큼 받지 않고 있다.
김 본부장은 “우체국은 지방 오지의 소통창구, 우편은 공공재적 성격을 가진 서비스이기 때문에 돈만 따져서는 할 수 없다”고 했다. 우체국은 농협, 수협조차 철수한 시골 면단위까지 진출해 주민들의 편의를 돕고 있다. 이런 곳에 우체국이 없다면 노인들의 기초노령연금 수령이나 공과금 납부조차 쉽지 않다. 4만4000여 명의 우정사업본부 직원이 업무에 자부심을 갖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 본부장은 “전국 3600여 개 우체국의 절반이 넘는 55%가 도시가 아닌 시골에 있다”며 “어려움이 있더라도 이런 지역의 우체국 기능을 더욱 강화해 농수산물의 유통창구 역할을 강화하고 소외된 농촌에 통합 서비스를 제공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 대신 과거 도보생활 시대에 구축한 대도시의 우체국 망을 재검토하고 불필요한 우체국은 통폐합할 계획이다. 그는 “조만간 대도시 우체국의 하루 이용 고객 수, 우체국 간 거리 등을 조사해 활용도가 낮은 곳은 줄이고 그 비용을 더 나은 서비스를 위해 투자할 생각이다”고 밝혔다.
김 본부장은 우정사업본부가 보유한 대규모의 예금과 보험 자산도 더욱 적극적으로 운용해 수익을 창출할 계획이다. 그는 “그동안의 자산운용이 은행 재예치나 주식투자에 머무는 정도였다면 앞으로는 사모(私募)펀드나 부동산, 해외 채권에도 적극적으로 투자해 높은 수익을 추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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