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머스 캠벨 메트 관장(사진)은 1일(현지 시간) 성명을 발표해 “핵심 유물의 갑작스러운 제외로 대단히 실망스럽다”며 “전시 진행 자체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캠벨 관장은 성명에서 “(특별전은) 지난 40여 년간 메트에서 열린 가장 중요한 한국 전시가 되리라 기대했다”며 “신라 미술을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예술적 업적과 동등한 반열에 올리고 해외에 한국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일 기회였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캠벨 관장은 문화재청의 결정 재고를 희망하면서 “2008년부터 문화재위 위원들과 사전에 긴밀하게 협의하는 등 최선을 다해 준비했는데 가장 기대했던 유물들이 제외돼 안타깝다”며 “박물관은 현재 3점의 유물이 빠진 채로 전시를 진행할 수 있는지 없는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캠벨 관장은 문화재청의 불허 결정이 나기 전 박근혜 대통령에게 핵심 유물의 전시를 허용해줄 것을 요청하는 서한을 보냈던 것으로 밝혀졌다. 서한을 접수한 청와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문화재청과 협의에 나섰으나 문화재청은 메트 측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청와대와 문체부 내부에서는 상당히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특별전이 무산될 경우 자문기관인 문화재위원회의 결정을 자의적으로 해석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던 문화재청이 그 책임 부담까지 떠안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문체부 측도 문화재청에 재고를 제안했던 사실을 인정했다. 문체부 고위 관계자는 “유진룡 장관이 최근 청와대 요청으로 변영섭 문화재청장과 구두 협의를 했다”며 “순수하게 검토를 부탁한 것으로 (결론이 난 만큼) 주무 기관의 결정을 존중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문화재청은 “이미 문체부와 협의를 마쳤고 더이상 논의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메트 측은 캠벨 관장이 박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냈음에도 불허 결정이 내려진 데 대해 매우 실망스러워하고 있다. 메트 관계자는 5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캠벨 관장은 박 대통령을 취임 이전에 몇 차례 만나며 높은 문화적 식견에 탄복해왔다”며 “직접 편지까지 쓴 것은 그만큼 이번 특별전을 메트가 중요하게 여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별전 ‘황금의 나라, 신라’는 5년 전부터 기획돼 10월 29일부터 메트의 1층 메인 홀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메트는 한 해 관람객이 600만 명이 넘으며 1998년 한국관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문화재위원회가 4월 반출을 서류 보완 등 조건부 가결을 했으나 문화재청이 이를 조정 가능하다는 뜻으로 유권 해석해 반가사유상과 도기기마인물형명기(국보 제91호), 토우장식장경호(제195호)를 전시 목록에서 제외했다. 문화재청이 위원회의 결정을 뒤집은 것은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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