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에 대한 갈망이 있었어요. 해외여행이나 어학연수는 돈이 무척 많이 들잖아요. 이번에 좋은 기회를 잡았어요.”(정치외교학과 12학번 최수정 씨)
“국제변호사가 되는 게 꿈이에요. 그러려면 중국에 대한 이해는 필수죠.”(수학과 10학번 이유진 씨)
“사극드라마 작가를 꿈꿨는데 이젠 중국 역사학자가 되고 싶어요.”(문예창작학과 10학번 전희 씨)
14일 중국 베이징 하이뎬(海淀) 구에 있는 런민대에 모인 고려대 학생 53명 중 3명의 들뜬 소감이다. 여름방학 중 ‘KU-China 글로벌 리더십 프로그램’에 참여한 이들의 열기는 찜통더위를 무색하게 할 정도였다.
이 프로그램은 고려대가 중국 런민대와 협력하여 올해 처음으로 신설해 매년 여름에 열린다. 향후 대중국 관계를 이끌어갈 글로벌 전문가 양성이 시급하다는 고려대의 판단이 산파 역할을 했다. 참가 학생들은 한중 양국에서 8주간 집중적으로 중국어와 중국 문화를 배운다. 교사 선발, 교육과정 설계는 고려대 중국학연구소에서 맡았다.
참가 학생들은 지난달 1∼26일 4주간은 한국에서 중국어 기본과정을 수강했다. 지금은 런민대에서 23일까지 4주간 중국어 심화과정을 듣고 있다. 주 5일 하루 6시간제 수업으로 언어뿐만 아니라 중국문화도 배우며 그룹 활동과 프레젠테이션을 병행한다. SK차이나 KB국민은행 현대자동차 등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을 방문하고 문화유적지도 탐방한다.
이날 오후 런민대 강의실. 수업이 오전 8시부터 시작됐지만 학생들의 눈은 초롱초롱했다. 간혹 졸음을 참지 못한 학생은 교실 뒤에 서서 수업을 들었다. 이윤기 씨(25·경영학과 07학번)는 “불꽃 튀는 취업전선에 뛰어들기 전 중국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중국어도 배울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참가 학생들은 평소 중국에 관심이 많았지만 중국과 접촉할 기회는 없는 학부생이다. 학교도 중국어 초보자, 중국 미경험자를 우선 선발했다. 환경생태공학부, 수학과, 문예창작학과, 교육학과 등 전공도 다양하다.
프로그램이 고려대 교우들의 기금으로 운영돼 학생들의 마음은 책임감 반, 부담감 반이다. 현재까지 약 3억 원의 지원금이 기탁됐고 7억5000만 원이 약정된 상태다. 고려대는 올해를 시작으로 향후 3년간 지원기금 20억 원을 조성할 계획이다. 김지선 씨(22·여·교육학과 11학번)는 “항공료와 현지 기숙사비, 수업료를 전액 지원해주는 선배들 덕분에 중국 전문가를 꿈꾸게 됐다”며 활짝 웃었다.
일과 후 학생들은 런민대 학생들과 탁구 농구 제기차기 등을 하며 우의를 다진다. 숙소는 고려대가 런민대 캠퍼스에 세운 고려대 회관이다. 인솔자인 정지수 고려대 중국학연구소 연구원은 “이 프로그램은 중국 전문가 양성을 위한 기초과정으로 중국에 관심이 있는 학생이라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학생들이 이 경험을 통해 꿈을 향한 싹을 틔웠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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