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색 티셔츠에 반바지, 세련된 금테 안경. 27일 밤 프랑스 북부 오트노르망디 주의 항구도시 르아브르 소재 파리정치대(시앙스포) 르아브르 캠퍼스에서 만난 북한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손자 김한솔 씨(19)는 평범한 유학생의 모습이었다. 28일 오전 등교할 때는 취재진의 카메라를 의식한 듯 남색 재킷에 하늘색 셔츠, 짙은 회색 바지와 검정 구두를 신어 교복을 연상시키는 단정한 패션을 선보였다.
김정일의 장남인 김정남의 아들이자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조카인 김 씨는 학교에서 100m가량 떨어진 대학 기숙사에 살고 있다. 기숙사 방은 20m² 크기에 침대가 있는 방과 작은 주방, 욕실이 갖춰져 있었다. 1층 로비 우편함에는 ‘김한솔’이라는 이름표가 붙어 있어 외부에 신분이 노출되는 걸 꺼리거나 두려워하지 않음을 보여줬다.
9월에 개강하는 르아브르 캠퍼스는 세계 32개국에서 온 학생 200여 명이 수강 신청과 기숙사 입주를 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일주일 전쯤 입국한 것으로 알려진 김 씨는 입학 전 오리엔테이션 프로그램에 참가하느라 학교와 기숙사를 오가며 생활하고 있다.
이날 오후 학교 수업을 마치고 “저녁식사를 하러 가겠다”고 나선 김 씨는 오후 11시가 넘어 동료 학생과 함께 기숙사로 돌아오다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몇몇 파리 주재 한국 특파원과 만났다.
김 씨는 전날 프랑스 언론에 ‘김정일의 손자’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밤늦게 기숙사에까지 기자들이 찾아오자 당황하는 듯했다. 김 씨에게 “왜 프랑스 유학을 택했는가” “프랑스에서 앞으로 무슨 공부를 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이 이어졌다. 김 씨는 한국 취재진의 질문에도 영어로 “노(No)”라고 답하고 굳게 입을 다물었다. 김 씨를 보호하는 북한 경호원은 따로 없었다. 다만 자신을 ‘학생회장’이라고 밝힌 2학년 외국인 유학생 선배가 기자들의 접근을 막았다. 28일 오전 등굣길에도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을 하지 않았지만 전날 밤의 굳은 표정과 달리 가끔 미소를 짓기도 했다.
김 씨와 같은 전공(유럽-아시아학)인 클레르 씨는 “김한솔은 매우 친절하고 친구들과 잘 어울리는 사교적인 학생”이라며 “기자들이 몰려오기 전에는 몰랐는데 그가 북한 김정일의 손자라는 사실을 알고 모든 학생이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대학원생인 마르크 올레즈니크 씨는 “지구상에서 가장 폐쇄적인 나라인 북한의 최고지도자 조카가 같은 학교에 다니게 돼 무척 흥미롭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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