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로(白露)를 앞두고 가을바람이 불기 시작한 4일 오후. 서부 경남 문화예술의 중심지로 진주 남강변에 자리 잡은 경남문화예술회관(관장 금동엽) 대공연장이 뜨거운 열기에 휩싸였다. 동아일보가 2007년부터 전국을 돌며 추진하는 청소년 문화예술프로그램 ‘친구야! 문화예술과 놀자-나도 뮤지컬 스타’의 41번째 공연이 성황리에 열렸기 때문이다.
이번 공연은 안데르센의 동화 ‘미운 오리새끼 날다’를 각색한 뮤지컬 ‘아름다운 별리(別離)’였다. 경쟁에 내몰리는 현대인들의 이야기를 동물 분장을 하고 해학적으로 풀어내는 풍자극이다.
오후 5시 20분 막이 오르자마자 ‘학생 배우’들은 여름 방학 동안 갈고닦은 연기력을 맘껏 뽐내기 시작했다. 경해여중 진주남중 삼천포중앙여중 등 중학생 21명과 진주여고 용남고 등 고교생 9명이 출연했다. 경남체육고 정대영 교사도 사냥꾼 역으로 나섰다. 이들은 동덕여대 공연예술과 김춘경 교수가 이끄는 극단 ‘좋은 여자들’(구 빅애플)의 지도로 이 회관에서 40차례 가까이 연습을 했다.
객석을 가득 메운 학생 학부모 교사 등 관객 1500여 명은 1시간 동안 배우들과 호흡하며 연신 웃음을 터뜨렸다. 공연이 끝난 뒤에는 한동안 박수가 대공연장에 메아리쳤다.
주인공인 막내오리 역을 훌륭하게 해낸 사천 용남고 1학년 전성진 군(16)은 “처음 연습 때는 극에 몰입하기 어려웠지만 배우의 꿈을 이뤄내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며 활짝 웃었다.
이날 공연은 고영진 도교육감과 강순복 진주교육장, 강정갑 사천교육장, 김덕화 정책기획관, 김선동 학생안전과장 등 경남교육청 간부들과 동아일보의 최맹호 대표이사 부사장, 이인철 문화사업본부장 등이 관람했다. 경남도교육청은 학생 선발과 함께 무대 제작비 등을 댔고 경남문화예술회관은 연습장과 공연장을 지원했다. 한진중공업도 이 프로그램을 후원했다.
고 교육감은 “공부에 시달리는 청소년들의 스트레스를 풀어주고 사회성과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기획”이라며 “앞으로도 이런 문화행사를 더욱 확대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 첫 시도로 경남도교육청은 13일 오후 7시 창원 성산아트홀 대공연장에서 창원시내 중고교생 30명이 출연하는 뮤지컬 ‘페임’을 무대에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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