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째 노인 허기 달래는 ‘62세 칼국수 총각’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23일 03시 00분


추석연휴 내내 자원봉사 이만세씨… 노인들 ‘광주의 명동칼국수’로 불러

21일 무료급식소인 광주 남구 서동 ‘사랑의 쉼터’ 주방에서 자원봉사자 이만세 씨가 닭칼국수를 끓이고 있다. 이 씨는 1987년부터 27년째 사랑의 쉼터에서 자원봉사를 해왔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21일 무료급식소인 광주 남구 서동 ‘사랑의 쉼터’ 주방에서 자원봉사자 이만세 씨가 닭칼국수를 끓이고 있다. 이 씨는 1987년부터 27년째 사랑의 쉼터에서 자원봉사를 해왔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22일 광주 남구 서동 ‘사랑의 쉼터’ 주방. 이만세 씨(62)가 6시간 넘게 땀을 흘리며 칼국수 면발을 뽑고 조리를 했다. 그는 나무주걱으로 큰솥을 저으면서 “노인들이 맛있다며 ‘광주의 명동칼국수’라는 애칭까지 붙여줬다”고 자랑했다.

이 씨는 18일부터 22일까지 매일 각종 칼국수를 끓였다. 그가 조리한 칼국수는 추석 연휴 닷새 동안 외로운 노인 1600명이 먹었다. 사랑의 쉼터를 찾은 김모 할머니(84)는 “추석에 칼국수 무료급식을 해준 덕분에 끼니를 해결할 수 있었다”며 고마워했다.

이 씨는 1987년 노인 무료급식소인 사랑의 쉼터가 문을 열었을 때부터 27년째 자원봉사를 해오고 있다. 2008년 건설회사를 퇴직한 뒤에는 거의 매일 사랑의 쉼터에서 봉사활동을 했다. 이 씨는 처음 자원봉사를 할 당시에는 급식이나 잔반 처리 등을 맡았지만 5년 전부터는 주방에서 조리를 전담하고 있다. 그만큼 쉼터에서 그가 차지하는 비중도 커진 셈이다.

환갑이 넘은 나이에도 아직 미혼인 이 씨는 “무료급식소 봉사활동이 유일한 삶의 낙”이라면서 “인연이 되면 결혼도 하고 싶다”며 웃었다.

전국에 많은 무료급식소가 있지만 광주 사랑의 쉼터처럼 추석 연휴 내내 급식을 제공한 곳은 드물다. 사랑의 쉼터가 추석 무료급식이 가능했던 것은 이 씨 같은 헌신하는 봉사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쉼터에서는 추석 연휴 동안 이 씨 등 자원봉사자 3명이 상주하며 음식을 만들었다. 명절을 쓸쓸하게 보내는 홀로 사는 노인들에게 이 씨 같은 자원봉사자의 칼국수 봉사가 훈훈한 미담이 되고 있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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