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북한 체제는 군국주의와 민족주의일 뿐 공산주의와는 전혀 관련이 없습니다. 앞으로 건설될 한국은 남한이나 북한의 모습이 아닌 새로운 한국이 되길 바랍니다.”
사건과 진리의 철학자이자 프랑스 현대 철학의 거목 알랭 바디우(76·사진)가 처음으로 방한했다. 경희대와 지젝-바디우 네트워크, 유령학파가 다음 달 2일까지 경희대, 플래툰 쿤스트할레, 서울시립미술관, 서울시청에서 여는 철학축제 ‘멈춰라, 생각하라!’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그는 슬로베니아 출신 철학자 슬라보이 지제크와 함께 같은 주제로 2010년부터 매년 런던 베를린 뉴욕에서 콘퍼런스를 열어 왔다. 실패한 현실사회주의가 아닌 보편적 이념으로서의 공산주의를 성찰하는 자리다. 바디우는 27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복합문화공간 플래툰 쿤스트할레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산주의란 사적 소유와 금융의 지배, 국가의 억압에서 벗어난 다른 형태의 사회를 조직하려는 시도”라며 북한과 공산주의 사이에 명확히 선을 그었다.
프랑스 68혁명을 계기로 마오주의자로 활동했던 그는 “1960, 70년대에 프랑스에서 받아들인 마오이즘은 소련의 관료주의와는 전혀 다른 형태의 공산주의를 시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마오이즘은 이미 실패했기 때문에 새로운 길, 즉 지금의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극복할 새로운 공산주의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공산주의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민주주의라는 주장도 나왔다. 그는 “민주주의란 모든 인민에게 권력이 주어진 정치체제인데 현재의 민주주의는 자본주의를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며 과두정치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고도를 기다리며’의 저자 사뮈엘 베케트의 난해한 텍스트를 분석한 책(‘베케트에 대하여’)을 쓴 바디우는 “베케트는 어떤 절망적 상황에서도 반드시 희망은 있다고 봤다”며 “금융의 독재가 이뤄지는 자본주의 세계는 확실히 절망적이지만 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할 일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날 존재하는 유일한 보편적 가치는 돈”이라며 “돈에 대항해 다른 보편적 가치를 찾아야 한다. 새로운 생각 없이 새로운 세계는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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