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외할아버지인 기시 노부스케(岸信介)의 DNA를 물려받은 것 같다.”
와카미야 요시부미(若宮啓文) 전 아사히신문 주필은 16일 한일협력위원회와 동서대 일본연구센터의 공동주최로 열린 ‘일본정치의 보수화와 동북아관계 전망’ 심포지엄에서 아베 정권의 보수·우경화 배경을 이같이 분석했다. 기시 노부스케(1896∼1987)는 A급 전범으로 체포됐다가 미 군정에 협력하면서 재판 없이 석방됐다. 총리를 맡고 있던 1960년, 유사시 미국으로부터 안전을 보장받는 대신 주일미군 주둔을 인정하는 내용으로 미일상호방위조약을 개정했다. 퇴임 후에는 평화헌법 개정을 주장했다. 와카미야 전 주필은 “아베 총리는 개헌을 사명으로 여겼던 외할아버지를 계승해 ‘자주헌법론’과 집단적 자위권을 주장하고 있다”며 “근대역사를 전면 부인당할 수 없다, 힘 있는 과거의 일본으로 돌아가자는 인식도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윤덕민 국립외교원장은 “지금까지 한일 협력이 가능했던 이유는 일본이 군국주의와는 다른 길을 가겠다는 인식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라며 “지금은 그 같은 한일관계의 기초가 흔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철희 서울대 교수는 “아베 정권이 경제·군사력을 강화해 과거의 영광을 찾겠다며 ‘하드파워’에 집중하면서 주변국이 친근감을 느낄 수 있는 ‘소프트파워’는 떨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참석자 가운데는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한국의 노력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박 교수는 “박근혜 정부의 대일 태도가 지나치게 강경하다. 일본이 성의를 보인 것은 그대로 평가해주는 유연한 외교를 회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1965년 한일협정으로 이미 대일 청구권을 포기한 상태에서 최근 일본군 위안부, 강제 징용자에게 보상하라는 판결이 잇따라 한국 법정에서 나오는 점도 숙제로 지적됐다. 미치가미 히사시(道上尙史) 주한 일본대사관 공사는 “혐한 시위에 대해 일본 정부도 부끄럽게 생각하며 무라야마 담화 등 한일관계에 대한 역대 정부의 입장을 전면 계승한다고 밝혔음에도 제대로 한국사회에 전달되지 않는 것 같아 유감”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석희 연세대 교수는 “한중관계가 긴밀해지고 있지만 북-중 관계, 한미동맹 때문에 무한정 발전하기 어렵고 한일관계도 지금 같은 긴장상태가 지속될 수 없다”며 “한중일 3국 정상회담을 재개해 한일관계 개선의 동력을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세영 전 외교부 동북아국장도 “한국은 중국과 일본이 충돌하지 않고 협력하도록 이끌어내는 예인선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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