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한미동맹 60년을 기념하는 ‘한미 대사와의 대화’ 행사가 열렸다. 토머스 허버드 전 주한 미국대사(오른쪽)를 포함해 양국의 전직 대사 8명이 서로의 경험과 의견을 나눴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역대 한국 대통령 중 박정희, 노태우, 김대중을 최고로 꼽고 싶어요. 서로 전혀 다른 사람들이었지만 한국이 한 단계씩 성장하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내가 본 박근혜 대통령도 강하고 유능한 여성 지도자였기 때문에 3명의 뒤를 잊는 대통령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1989∼1993년 주한 미국대사를 지낸 도널드 그레그 전 대사는 17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미 대사와의 대화’ 행사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행사는 한국국제교류재단(KF)과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주한 미대사관이 한미동맹 60주년을 기념해 역대 한미 양국 주재 대사를 초청해 이뤄졌다. 조 바이든 미 부통령은 축하 영상을 통해 “한미동맹은 안보를 넘어 무역과 다양한 글로벌 사안에 대해 나란히 서서 협력하는 관계로 발전했다”고 말했다.
그레그 전 대사는 객석에 있는 젊은 대학생들에게 “나처럼 나이든 사람은 생각이 굳어 있지만 젊은 사람들은 다르다. 앞으로 한미관계에서 어떤 일이 중요할지는 여러분이 결정하고 만드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다만 한국의 보수론자들이 미 핵무기를 한반도에 재배치하자는 주장을 하는데 이는 한국이 내릴 만한 가장 ‘최악의 선택’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레그 전 대사 이외에도 역대 주한 미대사 중에 토머스 허버드, 알렉산더 버시바우, 캐슬린 스티븐스 전 대사가 참석했다. 주미 한국대사 중에는 현홍주 이홍구 한승주 최영진 전 대사가 함께했다.
허버드 대사는 “쇼트트랙 선수인 ‘안톤 오노’도 결코 잊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노가 한국 선수를 밀어 문제가 됐던 경기 다음 날 국방대 연설에서도, 재계 대표와의 만남에서도 모두 오노 얘기만 묻더라”면서 “처음에는 한국인들의 반응이 의아했지만 이런 일들이 한국인에게 얼마나 큰 상처를 주는지 알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대사들은 과거 자신들이 부임했을 당시의 경험 이외에도 한반도 문제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내놨다. 2005∼2008년 재임한 버시바우 전 대사는 북핵 문제와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현 상황에서 논리적인 프레임이라고 생각하며, 중국을 설득해 북한이 움직이도록 하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한미 간에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논의가 처음 이뤄질 당시 부임했던 허버드 전 대사는 “아쉬운 점은 이 이슈가 한미관계의 강점이라고 생각했던 한미연합사령부를 해체하는 문제로 흘렀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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