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희 전 시장 “시민의 일꾼이 비즈니스석 타나요?”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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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이민 1세대 첫 직선시장 강석희 前 어바인 시장 내한

“중앙 정당이 시장 군수 구청장 선거 공천을 좌지우지하는 한국 정치 현실을 서둘러 개혁하지 않으면 제2, 제3의 용인 경전철 사업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2008년 11월 이민 1세대 최초로 미국 직선 시장에 당선된 강석희 전 캘리포니아 주 어바인 시장(60·사진)이 한국 지방정치 개혁을 주문하며 내놓은 조언이다. ‘가능성의 힘, 나의 미국 여정’이라는 영문판 자서전 출간 기념회를 갖기 위해 내한한 강 전 시장은 15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에서는 기초자치단체장 선거를 할 때 투표용지에 후보자의 소속 당이 표기되지 않아 유권자들이 누가 진정으로 지역을 위해 일할 일꾼인지만을 보고 투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앙 정당이 지역이 아닌 당을 위해 일한 사람에게 공천을 줄 때가 많은 지금의 한국 선거 제도를 바꾸지 않으면 선심성 공약을 남발하는 일이 반복될 것”이라며 용인 경전철과 같은 사업의 재연을 우려했다. 용인 경전철은 1조 원이 넘는 돈을 투입했지만 이용객이 적은 데다 소송에까지 휘말려 지자체가 벌인 대표적인 실패 사업으로 꼽힌다. 강 전 시장은 특히 시장 군수 구청장과 같은 한국의 지자체장들에 대한 정당 공천이 주민의 이해를 무시하고 예산을 낭비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1977년 미국으로 건너가 사업가로 활동하다 정계에 투신한 강 전 시장은 2004년부터 4년간 어바인 시의원, 2008년부터 4년간 어바인 시장을 지냈다. 이 기간에 그는 미국을 찾은 한국 지자체장 100여 명을 만났다. 로스앤젤레스 근교 인구 약 23만 명의 어바인 시는 주민 소득 및 교육 수준이 높은 곳으로 세계 각국의 지자체장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강 전 시장은 자신이 만난 상당수 지자체장이 입으로는 ‘시민의 일꾼’을 자처했지만 비행기 비즈니스석을 타고 미국에 와서 외유성 관광까지 즐겼다고 말했다. 그는 “10명이 넘는 수행 직원에 전속 사진사까지 거느리고 온 사람들이 어바인 시의 성공 노하우를 배우기보다 미 서부 관광에 더 관심을 보일 때는 그야말로 개탄스러웠다”고 덧붙였다. 한국의 단체장들은 외국 출장에서 성공 사례를 배우기보다는 선거에 이용할 사진 찍기에 급급하다는 것이다. 그는 “외국으로 출장 갈 때는 주로 혼자 다니거나 수행원 한두 명만을 데리고 다녔다”고 말했다.

4년간의 시장 임기 동안 매달 약 2500달러(약 260만 원)의 월급만을 받았다는 강 전 시장은 “미국 지자체장은 해외 출장을 갈 때 비즈니스석을 타는 일을 상상도 할 수 없다”며 “시 의회가 승인해 주지도 않지만 설사 시장이 개인 돈을 내고 탔다 해도 비난을 받는다”고 소개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김창준 전 연방 하원의원에 이어 한인으로는 두 번째로 연방 하원의원에 도전했으나 고배를 마셨다. 현재 어바인 캘리포니아대(UC어바인) 총장의 특별고문 겸 채프먼대 정치학과 초빙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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