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렉’ 만든 애니메이션 거장 카젠버그 드림웍스 대표 방한 강연
■ ‘쿵푸 팬더2’ 여인영 감독과 동행
미국을 대표하는 애니메이션 제작자 제프리 카젠버그 드림웍스 대표(63)가 18일 오후 서울 광진구 세종대 대양홀을 찾았다. CJ그룹이 주최한 ‘애니메이션 꿈나무 프레젠테이션’에서 한국 애니메이션 꿈나무들을 만나기 위해서다. 이 만남을 위해 2000여 명의 애니메이션 전공 학생이 운집했다.
카젠버그 대표는 1994년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유명 음반 프로듀서 데이비드 게펜과 드림웍스를 공동 창립해 ‘슈렉’ ‘쿵푸 팬더’ ‘마다가스카’ 시리즈를 잇달아 히트시켰다. 월트디즈니에서 ‘인어공주’ ‘알라딘’ ‘라이언 킹’으로 회사매출을 10배 이상 끌어올린 주역이기도 하다.
드림웍스가 제작한 ‘쿵푸 팬더2’의 감독인 재미동포 여인영(미국명 제니퍼 여 넬슨·41) 감독도 자리를 함께했다. 네 살 때 이민 간 여 감독은 할리우드 대형 스튜디오에서 애니메이션을 연출한 아시아계 첫 여성이다.
4명의 학생이 무대에 올라 작품을 소개하고 평가를 받았다. 세종대 이연지 씨의 작품 ‘나는 야구선수다’는 한국 프로야구 최초의 여성 투수 이야기를 담았다. 카젠버그 대표는 “드림웍스에 당장 취직해도 좋을 만큼 좋은 기획”이라고 했다. 여 감독은 “나는 조용하고 수줍음이 많은 성격인데 카젠버그 대표가 용기를 줘 이 자리까지 왔다. 자신의 일에 항상 확신을 가져라”라고 했다.
홀몸노인의 고독을 그린 ‘할아버지’를 선보인 김정빈 씨(청강문화산업대)는 스토리텔링의 비법에 대해 조언을 구했다. 카젠버그 대표는 “애니메이션은 완성에 3, 4년이 걸리는 긴 작업이다. 팀원들과의 끊임없는 대화로 개인적이면서도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김고운 씨(홍익대)는 “드림웍스에 청소부로 취직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질문으로 폭소를 끌어냈다. 여 감독은 “오늘 발표자들을 보니 나의 어린 시절보다 훌륭해 겁이 난다. 여러분이 잘하면 그때쯤 나는 실직자가 돼 있을 것이다”라고 재치 있게 답했다. 그도 2002년 드림웍스에 보조업무 담당으로 입사해 감독의 자리까지 올랐다.
카젠버그 대표와 여 감독은 이날 오전 청와대를 방문해 박근혜 대통령을 만났다. 박 대통령은 “‘쿵푸 팬더’를 보고서 너무 많이 웃었다”며 “‘호동왕자’ 같은 특이한 스토리를 발굴해 드림웍스 기획력과 같이 만든다면 좋은 작품이 나올 것이다”라며 협력을 당부했다. 카젠버그 대표는 청와대 방문을 마치고 영화기자간담회 자리에서 “한국의 역사적인 인물이나 캐릭터를 가지고 애니메이션을 발전시키려고 준비하는 중”이라고 화답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카젠버그 대표와의 만남은 사망한 스티브 잡스를 제외하고 마이크로소프트(MS)의 빌 게이츠,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등 글로벌 창조경제 사인방과의 마지막 접견”이라며 “박 대통령이 이들로부터 창조경제의 조언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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