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파출소장 ‘4분의 기적’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22일 03시 00분


9호선 탄 신사파출소 곽봉금 경감
40대 승객 심장마비 실신하자 석달전 배운 심폐소생술로 살려내

14일 오전 6시 45분경 서울 강남구 신사파출소장 곽봉금 경감(57·사진)은 지하철 9호선 급행열차를 타고 출근 중이었다. 노량진역을 지날 무렵 옆에서 갑자기 ‘쿵’ 하는 소리가 들렸다. 대각선 쪽에 앉아 있던 회사원 서모 씨(44)가 앞으로 고꾸라져 몸을 덜덜 떨고 있었다. 만원 지하철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곽 경감은 들고 있던 휴대전화도 떨어뜨리고 반사적으로 서 씨의 곁에 붙어 앉았다. 서 씨의 목을 뒤로 젖히고 입에 손을 넣어 고인 침을 닦아냈다. 서 씨는 한 번 몸을 크게 들썩이더니 그대로 잠잠해졌다. 얼굴이 창백했고 눈동자 움직임과 호흡이 멈췄다. 놀란 승객들이 “사람이 죽었다”며 웅성거렸다.

시민들이 신고했지만 급행열차는 다음 역인 동작역까지 4분가량 더 가야 했다. 잘못 손을 댔다간 어찌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곽 경감은 7월 파출소장으로 부임한 뒤 배워둔 심폐소생술 순서를 머릿속으로 되뇌었다. 두 손을 포개 서 씨의 가슴에 얹고 규칙적으로 압박하기 시작했다. 땀범벅이 되도록 가슴을 60회가량 눌렀다. 사람들은 숨죽이고 그 광경을 지켜봤다.

몇 분이 흐른 뒤 서 씨가 온몸을 튕기듯 기침을 내뱉더니 눈을 번쩍 떴다. 주위에서 탄성과 박수 소리가 섞여 났다. 지하철이 동작역에 서자 신고를 받은 역무원이 뛰어왔고 곽 경감은 서 씨를 119 구급대에 인계해 달라고 부탁한 뒤 자리를 떠났다.

이 일은 함께 있던 시민이 서울경찰청 홈페이지에 칭찬하는 글을 올리면서 알려졌다. 서 씨는 3일간 입원 치료를 받은 뒤 20일 신사파출소를 찾아와 감사의 말을 전했다.

강남경찰서 생활안전과에서 7월 29일 전문 구급대원을 초빙해 파출소에서 근무하는 경찰 전원에게 심폐소생술 및 응급처치 교육을 한 지 3개월여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곽 경감은 “환자가 호흡이 멈춘 뒤 4분이 지나면 뇌사상태에 빠질 수도 있는데 마침 내가 그 자리에 있어 다행이었다”며 “경찰로서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곽봉금#강남구 신사파출소장#지하철 9호선#심폐소생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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