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문현자 씨(69)는 요즘 세상이 달라졌음을 실감한다. 예전에는 각종 민원을 넣으려면 해당 구청이나 주민센터를 직접 찾아가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그러나 이제는 인터넷에서 한 번에 다양한 민원을 해결할 수 있다. 그 대표적인 사이버 공간이 ‘정부 민원 포털 사이트’(minwon.go.kr). 문 씨는 “민원 포털에 접속하면 주민등록등본과 건축물 대장, 출입국 사실 증명서 등을 온라인으로 신청해 뗄 수 있고 내가 사는 집의 개별공시지가까지 확인할 수 있어 편리하다”고 말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전자정부시스템을 갖춘 한국이 올해 선보인 ‘정부 3.0’이 전자정부의 ‘글로벌 스탠더드(국제 표준)’로 거듭나고 있다. ‘정부 1.0’이 정부 주도의 서비스, ‘정부 2.0’이 관과 민의 소통 차원이었다면, ‘정부 3.0’은 국가가 보유한 방대한 정보 데이터를 국민과 공유하는 양방향 맞춤형 서비스 시대를 의미한다.
‘정부 3.0’은 이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21∼23일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리고 있는 ‘전자정부 글로벌 포럼’이 그것. 안전행정부와 유엔이 공동 주최하는 이번 행사의 주제는 ‘스마트 정부와 스마트 사회: 개방 공유 소통, 그리고 협력’. 세계 22개국 장차관을 비롯해 45개국 고위급 인사 300여 명과 유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세계은행(WB) 등 국제기구, 학계, 정보기술(IT) 기업 관계자 등 1000여 명이 참석했다.
유정복 안행부 장관은 22일 개회식에서 “한국은 2년 연속 유엔이 평가한 전자정부 1위 국가로 획기적인 전자정부 3.0 시스템을 추진 중”이라며 “이번 포럼에서 개발도상국과 국제기구 등에 전자정부 글로벌 네트워크의 장을 마련하고 ‘행정 한류(韓流)’를 확산시키는 계기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진 기조연설에서 박찬우 안행부 제1차관은 ‘정부 3.0’이 “국민 중심의, 국민과 소통하는 정부 모델”이라고 소개했다. 박 차관은 “지난해 기준으로 31만 건 수준이었던 공공정보 공개를 2017년까지 7억7000만 건으로 늘릴 예정”이라며 “이에 따른 일자리 창출은 15만 명, 경제 효과는 24조 원에 이를 것”으로 기대했다.
이날 행사에선 각국 정부와 국제기구로 나눠 데이터의 개방과 가치 창출, 대륙별 전자정부 현황을 소개했다. 이어 정보 공유와 서비스 혁신 사례, 범정부 통합 서비스 등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외국에선 아이슬란드가 전자정부의 모범 사례로 꼽혔다. 아이슬란드는 인구가 32만 명에 불과하지만 인터넷 이용률이 94%에 이르는 점을 활용해 국가경제 위기를 이겨냈다. 2010년부터 2년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국민 여론을 수렴해 관련 개헌안 초안을 만들어 ‘뉴욕타임스’로부터 ‘세계 최초의 집단 지성을 통한 개헌작업’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이번 포럼에서 ‘정부 3.0’에 대한 관심은 뜨거웠다. 기상 교통 지리 특허 등 민간의 수요가 많은 공공 데이터를 개방해 새로운 일자리를 유도하고 부처 간, 중앙-지방 간 칸막이를 없애 정보와 지식을 공유한다는 데 각국 관계자들의 공감을 얻었다. 전국의 범죄 다발지역을 공개하고 생필품 가격 정보와 자연재해 상황을 실시간으로 전하는 시스템은 획기적인 발상이라는 호평을 얻었다.
김성렬 안행부 창조정부전략실장은 “전자정부의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중앙 부처,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과 개인 및 기업을 연결하는 범정부 협의체를 구성했다”며 “민간에서 필요로 하는 데이터 공개를 늘리고 우수한 아이디어를 가진 젊은 인재에게 청년 전용 창업자금 지원을 확대하는 등의 온·오프라인 서비스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23일에는 전자정부의 협력, 협업과 행정효율 향상, 스마트 사회를 위한 공공서비스를 주제로 한 발표와 토론에 이어 고위급 라운드테이블 미팅에서 차기 개최국을 발표한 뒤 폐회한다.
한편 안행부는 포럼 기간에 불가리아, 에콰도르, 우즈베키스탄 등과 고위급 양자회담을 추진하고 코트디부아르 및 카자흐스탄과는 ‘전자정부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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