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이저 위원장 “탄압받는 북한작가에 희망의 빛 비출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25일 03시 00분


국제PEN 투옥작가위원회 메리언 프레이저 위원장

“캐나다 시인 레너드 코언의 시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모든 것에는 틈이 존재한다. 그렇기에 빛이 스며들 수 있다.’ 이 구절이 북한 인권 문제에도 적용된다고 봅니다. 어두운 북한 사회에 국제사회가 지속적으로 빛을 비춘다면 인권 상황에 진전을 볼 수 있을 겁니다.”

24, 25일 국제PEN 한국본부 주최로 서울 남산 문학의집에서 열리는 ‘북한 투옥작가 인권 개선을 위한 특별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 내한한 메리언 프레이저 국제PEN 투옥작가위원회 위원장(사진)은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한 전망을 이런 말로 대신했다.

캐나다 태생으로 캐나다작가협회 의장과 캐나다PEN 회장을 지낸 프레이저 위원장은 2009년 범세계적 작가 조직인 국제PEN의 투옥작가위원장에 선출됐고 지난해 재선됐다. 그는 지난달 아이슬란드에서 열린 국제PEN대회에서 ‘북한작가 인권선언문’을 채택하고, 국제PEN이 북한의 인권상황 개선 캠페인을 벌이기로 하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

“국제PEN이 사상 처음으로 북한 작가의 인권 문제를 공식 언급했다는 사실이 중요합니다. 다만 현재로선 북한을 방문해 내부 상황을 조사할 수도, 북한 정부의 협조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라 이번에 한국에서 앞으로 펼칠 캠페인의 구체적인 방향에 대한 지혜를 얻어 가려 합니다.”

국제PEN이 확보한 투옥작가의 명단은 87개국 786명. 북한 작가 중에는 아직 이 명단에 오른 인물이 없다. “한국에 있는 북한 망명 PEN센터의 기초 조사 덕분에 몇몇 작가의 명단을 보고받았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이름을 명단에 올리는 것은 신중히 하려고 합니다. 생사 여부에 대한 추가 확인도 필요하고, 명단 등재 시 이들과 그 가족이 북한에서 겪을 수 있는 신변 위협도 고려해야 합니다.”

그는 북한 사회의 실상이 담긴 작품이 외국에 더 많이 소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탈북 작가 신동혁 씨의 ‘14호 수용소 탈출’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살기 위해 어머니를 부정하는 대목이 특히 비극적이더군요. 한국 정부도 북한의 상황을 그린 망명 북한 작가의 작품이나 보고서 창작과 번역에 도움을 줬으면 합니다.”

투옥작가위는 최근 작가와 시민에 대한 정부의 탄압이 높아진 나라로 이집트 러시아 베트남 바레인 터키 등을 주목하고 있다고 한다. “블로그나 트위터에 글을 올려서 처벌 받은 경우가 전체 피해자의 3분의 1에 달합니다. 스마트폰 같은 디지털 기기의 확산으로 이 숫자는 앞으로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여 우려하고 있습니다.”

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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