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이 한글에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한글은 빨리 타이핑할 수 있는데 이것이 한국이 디지털 리더가 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미국 실리콘밸리 정보기술(IT) 업계에서 대표적인 친한파로 꼽히는 에릭 슈밋 구글 회장은 30일 한글의 우수성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슈밋 회장은 이날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만나 내년 서울 용산구 용산동 국립중앙박물관 터 안에 문을 여는 국립한글박물관에 한글 체험 공간을 마련하고 온라인으로 한글을 쉽게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재원을 보태기로 약속했다. 또 문화 자료를 디지털화해서 보존하는 구글문화연구원을 통해 한국 문화를 홍보하기로 했다.
슈밋 회장은 문체부와 구글코리아가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복합문화공간 ‘플래툰 쿤스트할레’에서 주최한 ‘빅텐트 서울 2013: 문화와 인터넷’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2011년 영국에서 시작한 빅텐트 글로벌 포럼은 각계 전문가와 정부 관계자, 시민단체 인사들이 모여 인터넷과 기술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토론하는 행사다.
이날 행사에서 슈밋 회장은 “백성들이 배우기 쉽고 쓰기 쉬운 문자를 만들고자 했던 한글 창제 취지는 ‘전 세계 정보를 체계화해 모두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구글의 미션과도 일맥상통한다”고 말했다. 또 “오랫동안 한국을 좋아했다”며 “한국은 창의적 문화와 역사의 근간이 매우 깊다”고 덧붙였다.
슈밋 회장은 케이팝을 해외에 확산시키는 데도 관심이 많다. 싸이의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가 유튜브를 통해 한류를 이끈 것을 언급하며 “인터넷은 항상 새로운 천재들을 발굴해낸다”고 소개했다. 그는 “전 세계에 창의성을 가진 인재들이 있기 때문에 싸이보다 더 큰 성공을 거두는 사람들이 계속 나타날 것”이라며 “인터넷 보급이 절정에 이른 아시아 지역에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그는 “한국이 ‘제2의 싸이’를 배출하려면 외국인들이 한국어를 구사하지 않는다는 점을 늘 염두에 둬야 한다”며 “할리우드처럼 어린 인재를 조기에 발굴해 체계적으로 길러내고 유행에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슈밋 회장은 인터넷 개방을 요청하기 위해 1월 자신의 딸과 함께 북한을 방문했던 경험도 소개했다.
“북한에선 정부 부처와 일부 대학에서만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더군요. 인터넷을 쓸 수 있는 곳은 2명이 같이 사용해야 하고 사용 기록도 남습니다.” 슈밋 회장은 “주민들이 세상이 얼마나 더 나은 곳인지 알게 되면 사회가 붕괴될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북한이 인터넷 접속을 허용하지 않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 또 “현지에서 만난 한 북한 관료가 ‘통일은 이미 정해져 있는데 어느 정권이 지배할지만 결정이 안 됐다’고 말했다”며 “남한과 북한이 대화의 창을 다시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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