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철 헌법재판소장(사진)이 미국 하버드대 학생들 앞에서 일본군 위안부로 강제 동원된 한국여성의 아픔을 생생히 증언하면서 이를 부인하는 일본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29일 미국 매사추세츠 주 케임브리지 하버드대 로스쿨에서 열린 ‘여성 인권 침해 회복을 위한 국가의 의무’라는 주제의 특강에서다. 헌재 소장이 미 최고의 로스쿨인 하버드대 로스쿨에서 강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 소장은 일본 정부가 위안부 강제동원을 공식 인정한 ‘고노 담화’를 내놓은 지 20년이 지나도록 피해자에 대한 배상 등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에는 일본의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여러 가지 역사적 증거로 확인된 사실에도 불구하고 위안부 강제동원 사실을 부인하는가 하면 고노 담화를 수정하자는 주장마저 내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날 참석한 50여 명의 로스쿨 교수와 학생 중 일부는 일본군 위안부의 역사를 처음 접하고 놀랍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날 강연은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한일 양국간 청구권 협정의 해석상 분쟁에서 한국 정부의 외교적 노력을 촉구한 2011년 헌재 결정의 배경과 내용을 소개하는 자리였다. 그는 “당시 위헌 결정은 위안부 피해자가 일본으로부터 충분히 피해를 배상받을 권리가 있는데 한국 정부가 이를 제대로 도와주지 않는 것은 헌법에 위배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어 역사적인 과오에 대해 일본 정부와 대비되는 조치를 취하고 있는 독일 등 다른 나라의 사례와 유엔과 세계 각국 의회 등 국제사회의 조치들도 일일이 소개했다. 마지막으로 “세계의 지도자가 될 여러분 모두가 인류의 보편적 가치와 인권 향상을 위한 노력에 동참하기를 바란다”는 당부로 강연을 마무리했다.
이날 참석한 블래드 페르주 보스턴칼리지 로스쿨 교수는 “매우 민감한 주제를 정면으로 다뤄 흥미로웠다”며 “결국 일본 정부의 태도 변화가 이 문제 해결의 관건이며 이를 위해 (한국이) 일본 국민이 일본 정부를 직접 압박하게 만드는 방안을 찾는 것도 필요할 것 같다”고 밝혔다.
박 소장은 다음 달 5일까지 미국과 캐나다에 머물며 존 로버츠 미 연방대법원장과 비벌리 맥라클린 캐나다 연방대법원장을 만나 내년에 한국에서 열리는 세계헌법재판회의 제3차 총회에 초청할 예정이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도 31일 만나 유엔 차원의 지원을 요청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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