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신교계 최대 행사로 꼽히는 세계교회협의회(WCC) 제10차 총회 개회식이 열린 30일 오후 2시 반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오라토리엄에는 대회 주제가 선명하게 빛났다. 발터 알트만 WCC 중앙위원회 의장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부산까지 역대 총회 개최지를 언급하며 개회를 알리자 객석의 3000여 명은 일제히 기립박수로 화답했다. 오라토리엄 좌석이 부족해 벡스코의 다른 공간에서 3000여 명이 개회식을 화상으로 지켜보기도 했다.
개회 인사에서 올라브 ,세 트베이트 WCC 총무는 “성하, 예하, 대주교님을 비롯한 참가자들과 하나님께 감사한다”며 “WCC의 역사적인 10번째 총회를 한국 부산에서 개최하게 돼 기쁘다”고 했다. 김삼환 총회 준비위원회 대표대회장(명성교회 담임목사)은 “60년 분단의 아픔과 핵의 위협에 노출된 한국에서 총회가 열리는 것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며 “모두 기도와 회개, 헌신으로 세상에 축복과 희망의 메시지를 선포하자”고 말했다.
쿠바 장로교회에서 최초로 안수를 받은 여성 목회자 오펠리아 수아레스 WCC 라틴아메리카·카리브지역 의장은 차세대 대표 4명을 소개했다. 한국계 이민 2세인 토마스 강 씨(브라질 루터교 복음교회)는 “아버지의 고향은 북한, 어머니의 고향은 남한”이라며 “이념과 빈부의 차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한 분단을 극복하자”고 촉구했다.
정교회 세계총대주교 바르톨로메오 1세는 축하 영상 메시지를 통해 부산 총회의 성공적 개최를 기원했고, 교황청 그리스도인일치촉진평의회 의장인 쿠르트 코흐 추기경도 교황의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역대 개회식에서는 개최국 원수가 축하연설을 했지만, 이날 총회에서는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정부 대표로 참석했다.
이날 개회식에 앞서 오전 10시경 열린 개회 예배에서는 총회 참가자와 국내 신자 등 4000여 명이 참석해 나라와 피부색, 교파를 뛰어넘는 화합의 장관을 연출했다. 예배에서 아시아와 유럽, 미국, 라틴아메리카 등 세계 8개 지역 대표들이 기도하고, 주변에서는 정의와 평화를 갈구하는 퍼포먼스가 진행됐다.
이날 개회식을 시작으로 WCC는 9박 10일간의 총회를 시작했다. 이번 총회는 21세기 세계선교 신선언과 한반도와 중동의 평화, 환경을 주제로 한 선언을 채택할 예정이다. 1948년 창립된 WCC는 7년마다 열리는 총회에서 과제와 신학적 방향을 설정한다. 준비위원회에 따르면 총회 기간 중 340여 개의 개신교 회원 교단 대표를 비롯해 가톨릭과 정교회 대표단 등 국내외에서 8500여 명이 참석한다.
한편 행사장 주변에서는 개신교 내 일부 보수 교단 신자들이 차량 확성기와 집회를 통해 WCC 반대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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