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을 쓰려고 제주 해녀의 삶을 다룬 논문부터 잠수에 대한 책을 찾아 읽으며 많은 시간을 들였어요. 아침부터 하루 종일 제주 해녀들을 따라다니며 물질하는 것을 지켜본 적도 있었죠.”
제주도가 제정한 4·3평화문학상 제1회 소설부문 수상작(상금 7000만 원)인 ‘검은 모래’(은행나무)를 최근 단행본으로 출간한 구소은 작가(49·사진)는 4일 자신의 첫 소설인 이 작품에 5년의 공력을 들였다고 털어놨다.
소설은 일제강점기 일본으로 건너가 물질을 하게 된 해녀 일가의 4대에 걸친 삶을 그렸다. 제주도 우도의 동쪽 조일리의 검은 모래로 된 해변 출신의 잠녀(해녀의 옛말) 구월이 생계 때문에 일본 도쿄 남쪽에 있는 화산섬 미야케지마로 이주하면서 구월과 그 일가가 겪는 설움과 한의 드라마다.
“2008년 처음 미야케지마를 방문했다가 화산재로 뒤덮인 황량한 폐허를 보면서 소설 구상을 시작했습니다. 인물과 줄거리를 구성하면서 제가 몰랐던 역사, 관심을 두지 않았던 일들이 정말 많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광고회사 출신으로 시나리오 작가 경력도 있는 구 작가는 문학상 심사위원인 소설가 현기영에게 “서사가 크고 강하다”는 평을 받았다. “‘혼불’이나 ‘토지’ 같은 긴 호흡의 장편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헤밍웨이도 좋아하고요.”
다음 작품은 자신의 운명에서 끊임없이 도망치는 사람의 얘기라고 했다. “아무리 싫어도 팽개칠 수 없는 타고난 운명에서 끊임없이 달아나고 숨바꼭질하는 사람의 얘기를 써 보고 싶습니다.”
지난해 3월 제정된 4·3평화문학상은 ‘평화와 인권, 진실과 화해, 민주주의 발전’을 주제로 시와 소설 분야의 미발표 공모작에 수여하는 문학상으로 시 부문(상금 2000만 원)은 현택훈의 ‘곤을동’이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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