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칭다오(靑島) 공장에서 유명 가방 브랜드 ‘레스포색’을 만들어 일본 이토추상사에 납품하는 하넥스교역의 한칠용 사장(60·사진)은 2007년 9월 개성공단을 처음으로 방문했다.
돌아가신 부친의 고향은 함북 회령이었다. 그래서인지 그의 애창곡도 ‘38선의 봄’이다. 개성공단에서 공장을 돌리면 조금이나마 통일에 기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2007년 개성공단 입주업체들을 둘러보고 왔는데 그 뒤 개성공단에 대한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한 사장은 1월 초 개성공단 내 아파트형 공장 한 곳을 인수하려고 했으나 무산됐다. 석 달 뒤 북한에 의해 공단이 폐쇄되자 주변 사람들은 “개성에 들어가지 않은 게 전화위복”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는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8월 남북이 개성공단 정상화에 합의하자마자 매각 의사가 있는 기업을 수소문했다. 그러다 잡화 생산업체 아트랑이 개성공단에 있는 자회사 개성아트랑을 팔려고 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6년 전 방문했던 공장이었다. 곧바로 아트랑과 매매계약을 맺었다. 한 사장은 하넥스교역의 자회사 유니코물산을 통해 개성아트랑의 지분을 모두 인수하기로 했다. 유니코물산은 연간 120만 장의 의류를 만드는 개성아트랑의 설비와 근로자들을 그대로 이어받을 계획이다.
풀리는 듯했던 남북 관계가 북측의 돌변으로 경색된 가운데 6일 기자와 만난 한 사장은 개성공단에 진출하는 이유에 대해 “인건비, 물류비가 싸고 ‘메이드 인 코리아’가 적힌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는 점도 있지만 무엇보다 개성공단은 남북 평화의 장(場) 아니냐”고 말했다.
“1992년 진출한 칭다오는 신호등도 없는 곳이었지만 지금은 대도시가 됐어요. 남북 관계가 호전되면 개성공단을 발판으로 평양 등지에 제2, 제3 공장을 지어 사업도 키우고 북한 근로자들도 돕고 싶습니다. 그러면 북한도 몰라보게 발전하겠지요.”
지난달에만 개성공단에 두 번 다녀온 한 사장은 “일감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 분위기가 어수선하긴 했지만 개성공단은 외부에서 바라보는 것만큼 불안하지는 않다”고 전했다.
그는 “6년 전에 비하면 개성공단은 규모도 커졌고 체계화됐다”며 “개성아트랑에서 일하는 근로자도 600명에서 1250명으로 늘었다”고 했다.
한 사장은 일부 바이어들이 개성공단 폐쇄 사태가 재발할 것을 우려해 주문을 꺼리는 데 대해 “거래처들은 개성공단 폐쇄 때 완제품보다 수억, 수십억 원어치의 원·부자재를 빼내오지 못해 더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라며 “원·부자재보험을 만들면 한결 나아질 것”이라고 제안했다. 123개 개성공단 입주기업 중 72개는 섬유업체다. 이들 기업 대부분은 거래처에서 원·부자재를 받아 완제품을 만든 뒤 다시 거래처로 넘긴다.
한 사장은 “남북 당국은 상호 합의한 대로 3통(통행 통신 통관) 문제를 해결하고, 개성공단 국제화도 차질 없이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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