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기업과 경영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것이 세계적 추세이지만 지나치면 기업 활동을 저해할 수 있습니다.”
유럽법경제학회 회장을 지낸 법경제학의 권위자 한스 베른트 셰퍼 독일 함부르크대 명예교수(70·사진)는 6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7일 열린 한국경제연구원 주최 국제심포지엄 참석차 한국을 찾았다.
셰퍼 교수는 박근혜 대통령이 공약으로 대주주 등의 경제범죄에 대해 집행유예와 사면권을 제한하겠다고 밝힌 것을 두고도 “형사처벌은 마지막 수단이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영상 판단에 대한 처벌이 지나치면 경영자는 수익성 높은 사업 대신 리스크(위험)가 없는 사업을 택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독일 대법원은 경영자의 책임을 판단할 때 기업가로서 리스크를 감수한 것인지, 아니면 주주와 사회에 손실을 끼치는 무모한 결정을 한 것인지 주의 깊게 판단하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한국 대기업 총수들이 줄줄이 구속 수감되는 데 대해 셰퍼 교수는 “독일은 징역형을 벌금형으로 대체하는 추세다. 많은 벌금을 매겨 충분히 (경제범죄) 억제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에 필요 이상으로 가혹하게 처벌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을 냈다. 한국 정서상 기업 총수의 수감을 벌금으로 대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에는 “형사처벌의 목적은 대중의 정서를 만족시키는 것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독일에서는 징역형을 줄이는 대신 징역 5년 이하의 범죄에 대해 하루 최대 5000유로(약 720만 원)의 벌금을 매긴다.
셰퍼 교수는 “징역형을 벌금형으로 대체하면 재정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한국 정부가 수감자를 10% 줄이면 연간 1억6000만 유로(약 2300억 원)를 절감할 수 있다”고 추산하기도 했다.
그는 최근 한국에도 도입된 징벌적 손해배상(법을 어길 경우 피해금액의 3배를 배상하게 하는 것)에 대해 “독일에서는 민사소송 배상 한도를 손해액 이내로 제한한다”며 “징벌적 손해배상의 목적은 피해자 보상이 아니라 범법자를 처벌하자는 것”이라며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기업 활동에 대한 과잉범죄화: 경제성장에 주는 함의’를 주제로 열린 한경연 심포지엄에서도 김일중 성균관대 교수가 “과도한 형사처벌로 국민의 5분의 1, 성인의 4분의 1이 전과자로 내몰리고 있다”며 비(非)형벌적 제재 수단이 확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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