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프랑스보다 훨씬 미래 지향적이고 기술에 열린 자세를 가진 나라여서일까요? 독자 수는 프랑스가 더 많지만 저나 제 소설을 이해하고 공감해 주는 분들은 한국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제가 한국을 제2의 조국으로 생각하는 이유입니다.”
소설 ‘개미’ ‘신’의 저자인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52·사진)는 15일 서울 중구 정동의 한 식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 인사말을 한국과 한국인을 향한 자신의 애정 고백으로 시작했다. 그는 자신의 첫 소설 ‘개미’의 한국 출간 20주년과 신작 장편소설 ‘제3인류’(전 2권·열린책들) 출간을 기념하기 위해 14일 내한했다. 어느덧 여섯 번째 한국 방문이다.
‘제3인류’는 자원 고갈과 핵전쟁 위기에 처한 가까운 미래의 지구에서 과학자들이 현생 인류의 몸집 크기를 10분의 1로 줄인 초소형 인간 ‘에마슈’를 만들어 신인류로의 진화를 꾀한다는 내용의 소설. 신인류의 모습을 하필이면 미니 인간으로 했을까.
“과학적 연구들을 보면 동물 진화의 방향은 대체로 세 가지로 요약됩니다. 집단 내에서 암컷의 비율이 높아지고, 개별 개체의 몸집은 작아지며, 서로의 연대감은 강해지죠. (이런 진화의 방향을 담은 미니 인류를 만들어 낸다는 설정을 통해) 우리가 진화의 방향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능동적으로 선택할 수 있게 된 상황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현재 한국에서 출간된 ‘제3인류’는 번역이 끝나지 않아 프랑스어판의 절반 분량인 1부에 해당한다. 1부에서는 현생 인류가 제1인류였던 거인족이 자신의 몸집을 10분의 1로 줄여 만든 제2인류라는 사실, 현생 인류가 자신의 창조주인 거인족을 배신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같은 방식으로 제3인류를 창조한 현생 인류의 미래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작가에게 아직 한국에 번역되지 않은 2부(3·4권)의 내용을 귀띔해 달라고 부탁했다.
“프랑스의 실험실을 탈출해 뉴욕의 하수도로 숨어든 에마슈들이 우리(현생 인류)를 향해 반란을 일으키는 내용이 될 겁니다. 자신들이 온전한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요구하면서 말이죠. 3부와 4부로 이어질 스토리 구상도 마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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