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원현우-현준 형제
형은 기능올림픽 ‘철골구조’ 金, 동생은 전국대회 ‘판금’ 우승
“형만한 아우도 있다는 사실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원현준 군(18·인천기계공고 3학년)의 목소리에는 힘이 있었다. 지난달 강원 춘천시에서 열린 ‘제48회 전국기능경기대회’의 판금 직종에서 금메달을 딴 데 이어 이달 11일 국가대표후보 전형으로 현대중공업에 입사한 그는 19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모든 공을 형인 원현우 현대중공업 의장2부 기사(21)에게 돌렸다. 국내외 여러 기능대회에 참가한 현우 씨의 조언이 본인에게 큰 도움이 됐다는 얘기였다.
현우 씨는 이미 업계에서 유명한 전문가다. 2010년 10월 현대중공업에 입사한 그는 7월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열린 ‘제42회 국제기능올림픽대회’ 철골구조 직종에서 금메달을 땄다. 분야별 우승자 중 가장 높은 점수(100점 만점에 98.94점)를 획득해 대회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현우 씨가 졸업한 중학교, 고등학교를 다니며 어려서부터 형의 흔적을 쫓아온 현준 군은 “형이 선택한 일이라면 언제나 믿고 따랐다”며 “형처럼 국제기능올림픽대회에서 금메달을 따겠다는 목표를 갖고 현대중공업에 입사했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1978년부터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국가대표후보 전형을 실시하고 있다. 매년 10명 내외의 우수한 인재가 이 전형을 통해 회사로 들어온다. 현우 씨도 이 전형으로 입사했다.
현준 군 역시 마찬가지. 국가대표후보 전형으로 입사한 그는 현재 현대중공업 울산기술교육원에서 기능올림픽대회 출전에 대비해 갖가지 훈련을 받고 있다. 하루 14시간 이상 훈련에 매진하며 금메달을 목표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고향 인천을 떠나 3년 넘게 울산에서 객지 생활을 하고 있는 현우 씨로서도 동생의 선택이 반가울 따름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돼주기 때문이다. 현우 씨는 “동생이 인천에 살며 전국대회를 준비할 때는 별 다른 조언을 해주지 못했는데 함께 울산에 있게 돼 좋다”며 “기술적인 부분 외에 정신적인 부분에서 조언을 하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이제 현준 군에게 남은 목표는 2015년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열릴 ‘제43회 국제기능올림픽대회’에 한국 국가대표로 출전해 금메달을 따는 것이다. 이를 위해 현준 군은 내년에 열리는 국가대표 평가전에 대비하고 있다. 현준 군이 도전하는 판금 직종 분야 국가대표는 형 현우 씨가 2010년 마지막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탈락한 자리이기에 더욱 그 의미가 크다. 현준 군은 “형의 훌륭한 성적에 어깨가 무겁다”면서도 “열심히 기량을 갈고닦아 반드시 금메달을 딸 것”이라고 다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