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18일 폴란드 남부 오시비엥침에 있는 옛 나치 독일의 강제수용소 아우슈비츠-비르케나우를 방문해 홀로코스트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다.
반 총장은 이곳 아우슈비츠에 수감됐다가 기적적으로 생존한 마리아 투르스키 씨(87·국제아우슈비츠위원회 부의장)의 안내를 받아 4시간 동안 수용소를 둘러봤다.
반 총장은 ‘노동이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Arbeit Macht Frei)’라는 나치의 궤변으로 유명한 문구가 적힌 수용소 입구를 지나 가스실, 죽음의 문, 화장장 등을 살펴봤다. 이어 수많은 수감자들이 총살됐던 학살의 벽 앞에 ‘유엔 사무총장 반기문’이라고 적힌 조화를 놓고 묵념을 했다.
반 총장은 “안경, 머리카락, 신발, 인형, 기도용 숄 등을 보면서 희생자들의 모습이 생생히 떠올랐다”며 “살인 공장을 운영한 이들의 잔인함에 온몸이 떨린다”고 심정을 토로했다. 이어 인근 비르케나우 수용소를 방문해 화장터를 지켜본 반 총장은 “아우슈비츠와 비르케나우는 용기와 희망의 장소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세계 곳곳에는 이민자, 무슬림, 여성, 그리고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차별이 존재한다”며 “인권 정의 평등 자유를 구현하기 위해 이곳에서 벌어졌던 참혹한 학살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아우슈비츠를 방문한 것은 1995년 부트로스 부트로스갈리 사무총장 이후 반 총장이 두 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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