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미국 뉴저지 주 프린스턴대 우드로윌슨스쿨 강의실에서 열린 전미(全美) 대학생 북한인권 콘퍼런스.
프린스턴 하버드 예일 등 아이비리그를 포함해 15개 동북부 명문대 학생 200여 명은 탈북자 신동혁 씨(32·사진)가 “내 몸에 생생하게 남겨진 고문의 상처를 옷을 벗어 보여주고 싶다”며 북한 정치범수용소 안의 생생한 경험담을 털어놓자 놀랍다는 표정을 지었다. ‘북한인권을 위한 프린스턴 학생모임’ 주최로 열린 행사는 15개 대학의 북한인권 학생모임이 처음으로 뜻을 함께한 북한 콘퍼런스였다. 신 씨는 강연 도중 몇 차례 “내가 왜 이런 얘기를 하고 있는지, 이런다고 무엇이 바뀔지 모르겠다”며 회의감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강연과 토론이 끝난 뒤 “미국의 미래 지도자들이 북한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봤다”고 기자에게 말했다.
강연 이후 1시간 반 동안 이어진 토론회에서 10여 명이 시간제한에 걸려 질문을 하지 못할 정도로 관심이 뜨거웠다. 앞서 열린 강연에서 신 씨는 “국제사회가 지금처럼 북한에 끌려다니면 희망이 없다. 보다 강력한 제재와 압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명 가까운 학생들은 △바깥소식을 들을 수 있었는지 △어떻게 고문과 세뇌를 당했는지 △국제사회의 관심으로 북한이 바뀔 수 있는지 등의 질문을 쏟아냈다. 조지타운대 언어학과 2학년인 샤킬 제임스가 마지막으로 ‘북한 인권운동은 잃어버린 대의(A lost cause)가 아니냐’고 도발적인 질문을 던지자 신 씨와 함께 연사로 참가한 그레그 스칼라튜 북한인권위원회 사무총장은 “그렇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그래도 진전이 있었고 중국이 향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답했다. 행사가 끝난 뒤 제러미 밀(프린스턴대 기계공학과 3년)은 “캠퍼스 안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이제부터 찾아볼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예일대 경영대학원(MBA)에 재학 중인 애니 마오 씨(27·여)는 “신 씨의 증언은 (알고 있던 것보다) 훨씬 더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북한인권은 여전히 미 대학생들이 큰 관심을 두지 않는 주제”라며 “앞으로 대학 내 인권모임 등을 통해 이 문제가 중요한 인권 이슈로 다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뜻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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