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그이 성격에 ‘쓸데없는 짓 했다’고 할 거예요. 어떤 형식으로든 구속되는 걸 끔찍하게 싫어했던 분이니까요. 하지만 자기 글이 저렇게 여러 권의 책으로 묶여 나온 사실을 알면 분명 흐뭇해할 겁니다.”
25일 서울 도봉구 방학3동 김수영문학관(27일 개관)에서 만난 김수영 시인(1921∼1968)의 부인 김현경 씨(86)는 시인이 자신의 이름을 딴 문학관이 생겼다는 소식을 들으면 뭐라고 할 것 같으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김수영문학관은 도봉구가 국비와 시비 12억5000여만 원을 들여 기존의 방학3동 문화센터 건물을 리모델링해 만들었다. 도봉구는 시인의 본가와 선영이 있던 곳. 지금도 도봉산 자락에 시인의 묘와 대표 시 ‘풀’을 새긴 시비가 있다. “시인 생전에는 이 일대가 다 논밭이었어요. 소음이라면 질색했던 시인이 일주일에 한 번씩 어머니를 뵈러 본가에 오면 누이가 쓰던 초당에 앉아 시를 짓곤 했지요.”
4층으로 연면적 1200m² 규모인 문학관 1, 2층에는 시인의 시(179편)와 산문(123편), 번역물(43편)과 유품이 전시돼 있다. 3, 4층은 도서관과 강당으로 꾸며졌다. 2층 전시실에는 시인이 애독했던 ‘엔카운터’나 ‘파르티잔 리뷰’ 같은 영문 잡지의 배송봉투 뒷면에 갈겨 쓴 시인의 육필 원고가 보였다. 가장 눈에 띄는 유품은 생전에 시인의 서재를 재현한 공간에 들어선 고풍스러운 탁자였다.
“1954년인가, (서울) 마포에 살 때 미군정청 직원이 쓰다 버린 탁자를 가져다 놓은 건데, 시인이 돌아가시기 직전까지 저기서 작업을 했어요. ‘풀’의 초고도 저 탁자에서 썼지요. 커다란 사전과 자료를 저 위에 펼치고 번역하던 모습이 선합니다.”
김 씨는 시인이 직접 쓴 ‘풀’ 육필 원고와 일기장, 탁자와 스탠드를 기증하거나 대여했다. 경기 용인의 김 씨 아파트에서 잠자던 유품이다. 시인의 여동생 수명 씨도 오빠의 유품 전체를 내놨다.
“많은 분들이 이곳을 찾아와 시인의 문학정신인 절대적 자유, 절대적 사랑, 자연에 대한 애착, 이 중 하나라도 느끼고 갈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뭐가 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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