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성 베드로 유골 보고싶었죠?”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1월 26일 03시 00분


9개 뼛조각 사상 첫 일반공개
진위논란 불구 신도들 소원 들어줘

24일 공개된 9개의 뼛조각. 이 유골은 성 베드로의 것으로 추정된다. BBC 화면 캡처
24일 공개된 9개의 뼛조각. 이 유골은 성 베드로의 것으로 추정된다. BBC 화면 캡처
평신도들에게 스스럼없이 다가서는 파격 행보 때문에 ‘아이돌 교황(Idol Pope)’으로 불리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번에는 성 베드로의 것으로 추정되는 유골을 일반에 공개했다. 성 베드로는 예수의 12제자 중 한 명이며 초대 교황이다. 진위 논란이 여전하지만 이 유골이 성 베드로의 것이라 믿고 보고 싶어 하는 평신도들의 소원을 교황이 들어준 셈이다.

BBC와 CNN은 24일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2013년 신앙의 해’ 폐막 미사에서 성 베드로의 유골이 일반에 공개됐다고 보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공개에 앞서 길이 2, 3cm의 유골 조각 9개가 담긴 구리함 앞에서 기도를 했다. 이 함은 1971년 교황청이 교황 바오로 6세에게 수여한 것으로, 표면에는 어부였던 베드로가 바다에 어망을 던지는 모습이 새겨져 있다.

서기 64년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성 베드로의 유골이 일반에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망일로부터 계산하면 유골 공개는 1949년 만의 일이다. 이 유골은 바티칸의 성 베드로 대성당 지하 동굴 묘소에서 발견됐다.

성 베드로 대성당 지하 발굴 작업은 1939년 시작됐으며 성 베드로의 것으로 추정되는 유골은 1950년에 발견됐다. 당시 언론들은 “성 베드로 대성당이 베드로가 순교해 묻힌 곳에 세워졌다는 믿음이 사실로 밝혀졌다”며 대서특필했다.

교황청은 유골 발견 18년 후인 1968년, 동굴 묘소 벽에서 ‘베드로가 여기 있다’라는 그리스어 문구를 찾아냈고, 이 유골이 베드로가 순교했던 나이와 비슷한 60대 남성의 것으로 확인됐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유골이 성 베드로의 것이라고 못 박지는 않았다.

과학적으로 의문의 여지가 남아 있는 유골을 파격적으로 공개하게 된 것을 놓고 종교계 안팎에서 논란이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 프란치스코 교황의 파격 행보에 반발하고 있는 보수파들의 저항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프란치스코 교황#성 베드로#유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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