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후(현지 시간) 미국 플로리다 주 홈스테드 시에 있는 자동차 경기장 ‘홈스테드-마이애미 스피드웨이’. KAIST 연구진 20여 명이 경기장 차고 안에 설치된 본부에 모여 앉았다. 경기장 출입이 허락된 5명은 ‘팀 카이스트(Team KAIST)’라고 적힌 푸른색 조끼를 입고 무전기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로봇을 부산하게 점검했다. 하지만 제한시간 30분 안에 로봇을 수리해 임무를 완수하긴 어려웠다. 결국 ‘삐익’ 소리와 함께 타임종료 부저가 울렸다.
로봇이 사람 대신 가상의 원자력발전소에 들어가 배관을 잠그고 나오는 대회인 ‘DARPA 로보틱스 챌린지(DRC)’ 1차 결선. 미국 국방부 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20, 21일 주최한 이 대회에는 ‘로봇으로는 실현이 불가능하다’는 지적을 받을 만큼 고난도 과제가 주어졌다. 사람 대신 자동차를 운전하고, 사다리를 올라가고, 잔해를 손으로 치우는 등 8개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
세계 최고 성능의 로봇들과 실력을 겨룬 KAIST팀은 1차 결선에서 전체 16개 팀 가운데 공동 9위를 차지했다. KAIST팀은 인간형 로봇 ‘DRC휴보’를 개발한 팀으로 우승 후보 중 하나로 꼽혔지만 대회 첫날인 20일 로봇 발목센서가 고장 나는 바람에 5개 종목(종목당 4점 만점) 가운데 문 열기, 장애물 제거, 벽 뚫기 등 3개 종목에서 0점을 받았다. 소방호스 연결과 밸브 잠그기 등 나머지 2개 종목에서도 각각 1점을 받는 데 그쳤다.
KAIST팀은 첫날 부진이 로봇의 발목센서에 있다는 점을 발견하고 밤새 부품을 교체했지만 남은 종목은 3개뿐이었다. 21일 사다리 오르기 종목에서 4점 만점을 받은 데 이어 험지(險地) 돌파와 자동차 운전에서 각각 1점을 따 모두 6점을 얻었다. 이틀간 획득한 총점은 8점이었다.
한국계 미국인인 데니스 홍 버지니아공대 교수가 이끄는 팀 ‘토르(THOR)’도 한국 기업 ‘로보티즈’가 개발한 로봇 ‘똘망’으로 출전했지만 KAIST팀과 같은 8점을 얻는 데 그쳤다. KAIST에서 제공받은 DRC휴보 몸체에 자체 제어프로그램을 탑재해 출전한 미국 드렉셀대 ‘DRC-HUBO’팀은 총점 3점으로 12위에 머물렀다.
이번 대회 우승은 총점 27점을 받은 일본 로봇기업 ‘샤프트’의 ‘에스원(S-ONE)이 차지했다. 미국 플로리다인간기계인식연구소(IHMC)팀의 ‘아틀라스’가 2위에 올랐다. 미국항공우주국(NASA) 존슨우주센터도 로봇 ‘발키리’를 개발해 대회에 참가했지만 전 종목 0점을 받아 최하위에 그쳤다.
이번 대회 1∼8위 팀은 DARPA로부터 각각 100만 달러(약 10억6000만 원)의 연구비를 받는다. 연구를 계속해 내년 2차 최종 결선에 참가하게 된다. 다만 성적이 나빠도 다시 우승에 도전할 수는 있다. KAIST와 토르 팀도 내년 말 다시 우승에 도전할 계획이다. 최종 우승팀은 200만 달러의 상금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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