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겨울 숙명여대 교육학과 합격증을 받아든 김경민 씨(25·여)는 기쁨보다 걱정이 컸다. 그는 초등학교 6학년 때 완전히 시력을 잃은 장애인이다. 생후 한 달 만에 녹내장 판정을 받아 26차례 수술을 받았지만 나아지지 않았다. 서울맹학교를 다니며 열심히 공부한 끝에 합격한 대학은 그에게 또 다른 도전이었다.
고민하던 김 씨는 예전에 TV에서 본 안내견을 떠올렸다. 삼성화재 안내견 학교에 신청서를 내 래브라도 레트리버 종인 ‘미담’이를 만난 순간 그의 인생은 180도 바뀌었다. 미담이의 도움을 받아 강의실을 다니고 점자책과 씨름한 끝에 김 씨는 2011년 가을 숙명여대 문과대를 수석으로 졸업했다. 교사 임용시험에도 합격해 현재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인왕중에서 영어교사로 일하고 있다.
“미담이는 제 동반자죠. 제가 아플 때 제일 먼저 알아채고 걱정해주는 미담이를 보고 전적으로 의지하게 됐습니다.”
김 씨와 같은 시각장애인들을 돕는 삼성그룹의 안내견 사업이 올해로 20주년을 맞는다. 삼성은 1993년 성숙한 애견문화를 선도하고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이해를 높일 목적으로 경기 용인시에 안내견 학교를 세웠다. 삼성화재가 삼성에버랜드에 삼성화재 안내견 학교를 위탁하는 방식으로 운영 중이다.
이듬해인 1994년 4월 첫 안내견을 배출한 이후 지금까지 총 164마리가 김 씨 외에 피아니스트 김예지 씨, 서울시 공무원 최수연 씨, 목사 양지호 씨 등의 동반자로 활약하고 있다.
삼성화재 안내견 학교에서 훈련받은 안내견은 이보다 훨씬 많은 600여 마리. 이들이 훈련을 위해 보행한 거리는 지구 세 바퀴를 돌 수 있는 12만 km에 이른다. 자원봉사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후보견들은 1년간 일반 가정에서 사람과 함께 지내는 ‘퍼피 워킹’ 과정을 거치는데 여기에 참여한 자원봉사 가정이 477가구, 은퇴한 안내견을 돌봐주는 자원봉사 가정도 108가구에 이른다.
안내견이 처음 활동을 시작했을 때는 공공시설에서 쫓겨나는 일도 많았지만 차츰 인식이 개선됐다. 삼성의 노력은 해외의 주목을 받아 2002년 세계안내견협회(IGDF) 총회를 한국에서 여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당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공로상을 받았다.
한편 삼성은 23일 안내견 사업 20주년을 맞아 서울 중구 을지로1가 삼성화재 대강당에서 기념행사를 겸한 안내견 기증식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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