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1만7000km 떨어진 남극 세종과학기지에서 조금은 무거운 새해 인사가 전해졌다. 제27차 월동 연구대를 이끄는 허순도 대장(48)은 동아일보와의 e메일 인터뷰를 통해 척박한 남극 상황을 전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부설 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인 허 대장은 2013년 12월 5일 연구대원 17명과 함께 남극에 왔다. 이들의 임무는 1년간 빙하나 운석에서 과거 지구의 흔적을 찾는 연구를 지원하는 것이다.
“기지 주변 빙벽이 조금씩 깎여 가면서 점점 멀어지는 모습을 보노라면 가슴이 아픕니다. 여름철에 드문 눈 폭풍인 ‘블리자드’까지 발생하는 등 이상기후 현상도 잦아지고 있고요.”
세종기지는 세계기상기구(WMO)가 지정한 기후변화감시소다. 지구에서 가장 깨끗한 남극의 대기를 각 나라의 대기와 비교하면서 기후변화 정도를 파악한다.
허 대장은 “2014년은 한국이 남극 연구 주도국으로 올라서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극 대륙에 짓고 있는 장보고 제2 남극기지가 3월경 완공되면 한국은 남극에 기지 2곳과 쇄빙선까지 갖춘 남극연구의 핵심 멤버가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현재 남극은 영하 5도∼영하 1도로 연중 가장 따뜻한 시기입니다. 그렇지만 바람이 강하게 불기 때문에 체감온도는 훨씬 낮아요. 또 밤 10시가 넘어야 해가 지고 오전 2시면 해가 떠올라 남극에 온 지 한 달 가까이 되지만 대원들이 컨디션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새해를 맞는 기대는 어디나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1월 1일 0시엔 이곳 무선통신망이 아주 요란해져요. 다른 나라 기지에서 새해 축하인사를 쉴 새 없이 보내오는 거죠. 밤새 파티를 즐기는 곳도 있습니다. 저희는 특별 요리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주방장의 요리 실력이 대단해서 언제나 과식을 유발하고 있거든요.”
세종기지 현지 책임자인 그는 극지연구에 대한 꾸준한 관심을 당부하는 말을 잊지 않았다.
“앞으로도 꾸준한 격려와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저희 27차 월동대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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