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천년이야기, 한중교류의 다리가 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6일 03시 00분


불교 뮤지컬 ‘쌍화별곡’ 中 정협 예당서 사상 첫 공연

4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한국 창작뮤지컬 ‘쌍화별곡’에서 배우들이 환한 표정으로 관객을 향해 손을 내밀고 있다. 지난해 말 광둥 성 선전에서 시작된 쌍화별곡 중국 투어 공연은 이날 마무리됐다. 판엔터테인먼트 제공
4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한국 창작뮤지컬 ‘쌍화별곡’에서 배우들이 환한 표정으로 관객을 향해 손을 내밀고 있다. 지난해 말 광둥 성 선전에서 시작된 쌍화별곡 중국 투어 공연은 이날 마무리됐다. 판엔터테인먼트 제공
한국의 불교 관련 창작뮤지컬이 중국의 정부기관 무대에 올랐다. 한중 간 인문교류의 새로운 가능성을 여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지난해 한국뮤지컬협회의 ‘창작뮤지컬 육성지원작’으로 선정된 ‘쌍화별곡(雙花別曲)’이 4일 베이징(北京)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전국위원회(전국정협) 예당(禮堂)에서의 공연을 끝으로 한 달간의 중국 투어를 마쳤다. 정협은 중국 최고의 정책자문기구이며 예당은 극장과 회의실 등을 갖춘 부속건물이다.

쌍화별곡은 신라시대 고승 의상 대사와 원효 대사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지난해 말 광둥(廣東) 성 선전(深(수,천)·12월 5∼7일)에서 막을 올린 뒤 하이난(海南) 섬(12월 11, 12일)과 광저우(廣州·12월 16∼18일)를 거쳐 3, 4일 정협 예당에서 관객 1000여 명이 보는 가운데 마지막 공연을 했다. 이날 공연에는 중국 측에서 한팡밍(韓方明) 전국정협 외사위원회 부주임, 장젠융(蔣堅永) 중국국가종교사무국 부국장 등이 참석했다. 한국에서는 민주당 홍영표 의원, 새누리당 김장실 의원 등이 관람했다. 예당이 1954년 건립된 뒤 뮤지컬 공연이 올라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무엇보다도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의 전국정협에서 종교극이 상연돼 눈길을 끌었다.

한중불교문화교류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영담 스님(부천 석왕사)이 이번 공연을 성사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중국 투어의 총괄 프로듀서 역할을 한 그는 전국정협 등 중국 고위층과의 인연을 매개로 당국의 공식 승인을 얻어 작품을 무대에 올렸다. 원작에 없던 당나라 고승 지엄 대사라는 새로운 캐릭터와 중국 민요 모리화(茉莉花·재스민꽃)를 추가하고 원효 대사와 요석 공주의 러브스토리 비중을 줄여 중국 정부의 거부감을 없앴다. 매회 만석 입장에 관객의 기립박수가 이어지는 등 반응도 좋았다. 3일 공연에선 자리가 부족해 일부 관객이 통로 계단에 앉아 관람할 정도였다.

영담 스님은 “이번 공연은 한중 간 문화 교류의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중국은 불교를 종교보다는 문화와 역사의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다는 점을 집중 부각해 이번 투어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공연을 지켜본 한팡밍 부주임은 “쌍화별곡은 한국 창작뮤지컬의 높은 수준을 보여줬을 뿐 아니라 한중 문화교류사의 한 획을 그었다”고 평가했다. 영담 스님은 중국 현지 기획사를 통해 쌍화별곡을 중국 전역에서 공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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